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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기./13~14, 세계일주, 북미

미국 라스베가스. #228 아쉽지만 그랜드캐년 투어는 포기하기로 했다.

by 지구별 여행가 2019. 7. 14.

2013년 여행을 시작한 이후로, 약 20여개국을 여행하는 동안 이름만 호텔이 아닌, 정말 호텔다운 첫 호텔이었다. 방값은 약 30달러 밖에 안하는데 뽀송뽀송하며 널찍한 침대가 나를 반겼고 무려 화장실 안에 욕조가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만족스럽지 못한 저가 호텔일지 몰라도 나에게는 7성급 호텔이었다. 

게스트하우스를 사랑하는 나였지만, 호텔을 간다는 생각에 아침부터 눈이 번쩍 떠졌다.


로비에서 체크인을 하면서 영승이형과 함께 미국여행을 하고 있는 형의 여동생을 만났다. 속살이 다 보이는 옷을 입고 머리는 산발을 한 나를 보고 흠칫 놀란듯 했다. 그러나 그것보다 내 나이를 듣고 깜짝 놀라했다. 나와 동갑이었다.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먹고 가장 먼저 간곳은 아울렛이었다. 별로 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는데 형이 꼭 살게 있다면서 나를 끌고갔다. 

'아... 가봤자 살것도 없는데...'라는 마음과 달리 아울렛을 가자마자 엄청난 쇼핑을 했다. 가격도 저렴했고, 막상 한국에 돌아가서 입을 옷을 생각해보니 살 것도 많았다. 돈 쓰는게 이렇게 재밌을 줄이야.

형은 여행 일정이 더 남아있었지만 내가 형의 옷을 들고 한국으로 돌아가 형네 집으로 택배를 보내주기로 했기에 아무런 부담없이 쇼핑백을 늘려나갔다. 나는 평상복 위주로, 형은 고가의 양복과 신발, 가방등을 구입했다. 휴고 보스 양복만 50만원정도 했던 것으로 기억하니 대략 100만원은 쓴듯했다.

오랜만에 쇼핑을 하니 너무 즐거웠다. 하루종일 낮시간을 소비하여 쇼핑을 즐겼다. 


밤의 메인스트릿을 즐기기 전에 일단 내일 갈 그랜드캐년 투어를 예약하기로 했다. 12일 오후 4시에 휴스턴으로 떠나야 했기에 내일 말고는 그랜드캐년을 즐길 시간이 없었다. 인터넷으로 저렴한 편에 속하는 곳에서 예약을 하고 레스베가스의 꽃인 메인스트릿으로 걸어나갔다.


어제 한번 봤었지만, 함께 거리를 구경하니 또 다른 느낌이었다. 꼴에 어제 먼저 한번 봤다고 분수쇼나 화산쇼 시간에 맞춰 형을 끌고 다녔다. 우리 호텔은 메인스트릿 한복판에 있었기에 어제와 다르게 호텔들을 구경하기가 무척 편했다. 이래서 사람들이 돈을 쓰는구나 싶었다.


페루에서 헤어진 이후 오랜만에 만난 것이기에 맥주를 잔뜩 사서 내 방으로 돌아왔다. 형의 쿠바여행과 동생과 함께한 미국여행, 나의 에콰도르와 콜롬비아 여행에 대해서 시끌벅적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다가 내일 투어 확정 메일이 왔는지 확인해보니, 불행하게도 내일 예약이 꽉 차서 함께 할수가 없다, 다른 날짜라도 괜찮으면 연락을 달라는 메일이 와있었다.

나에게는 여유있는 날짜가 내일 하루뿐이었기에 아쉽게도 그랜드캐년은 포기해야만 했다. 아프리카 오지가 아닌 라스베가스이기에 언젠가는 또 한번 올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형은 아직 라스베가스에 머물 시간이 남아있었으므로 투어에 참여할테니 가능한 투어일자와 정보를 메일로 보내달라고 답장을 보내두었다.


그랜드캐년을 못 가는 것은 굉장히 찝찝한 일이었지만 라스베가스까지 와서 밤에 카지노를 안할 수는 없었다.

우리가 있던 호텔도 1층 카지노로 내려갔다. 호주에서 1년동안 있으면서 브리즈번의 카지노를 몇 번 갔었는데 하도 겁이 많아서 항상 20~30달러 정도만 게임을 즐겼다. 룰렛 몇 판정도 하면 돈은 금방 다 썼고 나머지 시간은 그냥 구경을 했다. 같이 일하던 사람들 중에는 몇 십만원을 쓰는 사람도 있었는데 나는 그런부류의 사람은 아니었다.


이 곳에서도 마찬가지였다. 30달러만 게임을 즐겼다. 카지노게임은 아는게 없으니 만만한게 룰렛이었다. 룰렛앞으로 가서 가장 금액이 작은 칩 하나를 걸었는데 호주와는 다르게 최소 베팅비가 정해져있었다. 이 판은 최소 20달러였다. 

30달러중에 20달러를 한 판에 쓰는 것은 굉장한 과소비(?)였지만, 그렇다고 올려둔 칩을 물리기에는 자존심이 상했다. 물론 한판만에 20달러는 사라졌다.

10달러가 남았으니 1센트짜리 룰렛이나 즐겼다. 룰렛이 특별한 기술이 있는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버튼만 누르니 하나도 재미가 없었다. 카지노는 접었다. 형도 룰렛 몇 판을 하고 바카라인지 포카인지 뭔지 모를 카드 게임 한두판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실력이 없으니 돈은 금방 증발했다.


나가서 맥주 몇 캔을 사서 내 방에서 다시 또 마시면서 함께 한 첫날의 라스베가스 여행은 마무리했다.


2014. 0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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