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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기./13~14, 세계일주, 남미

볼리비아 루레나바케. #187 동양인보다 서양인이 맛있어요!

by 지구별 여행가 2018. 6. 7.

아침부터 일찍 나가야한다고 들들 볶았다. 어두컴컴한 새벽에 일어나려니 모든게 귀찮았기에 뭉그적뭉그적 침대에서 뒹굴뒹굴, 화장실에서 쉬염쉬염 볼일을 처리하니 미안하게도 모든 인원이 보트에 탑승해있었다. 모두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고 보트에 올라탔다.

어스름하게 동이 트는 하늘과 강 사이로 보트가 새벽바람을 가르니 조금 쌀쌀했다. 이렇게 일찍 나와서 도대체 뭐를 하려나 속으로 꿍얼거리는데 가이드가 동물 울음소리를 흉내냈다. 그러더니 새들이 그 소리에 반응하여 울음소리를 냈다. 아무도 없는 고요한 시간에 보트의 동력을 끄고 들으니 마음이 한결 차분해졌다.

우리의 목적은 새소리가 전부는 아니었다. 우거진 나무숲을 가르고 멀리서 해가 떠올랐다. 묘한 색을 발광하며 떠오르는데 약간 보라빛이 도는 신기한 색감이었다.





오늘 하루는 나름 일정이 탄탄했는데, 아침식사를 마치고 첫 일정은 아나콘다 사냥이었다. 옛날 영화 '아나콘다'가 떠오르면서 몇 십미터의 아나콘다가 다가와 내 몸뚱이를 뭉게뜨리면 어떡하나 싶었지만, 대략 3미터 정도의 아나콘다라며 걱정은 말라고 먼저 가이드가 선수를 쳤다. 

넓은 수풀 사이에 우리를 풀어놓고는 알아서 아나콘다를 찾으라했다. 길다란 나뭇가지 하나를 주워 풀들을 치면서 아나콘다를 찾았지만 누구도 아나콘다는 찾지 못했다. 집중력이 진작에 떨어진 나는 중간중간 보이는 꽃들이 예뻐 꽃 사진 찍는데에 더욱 집중했다.







점심을 먹으러 숙소로 돌아가니 야생 악어 한마리가 턱하니 자리잡고 있었다. 다들 가까이 다가서지 못하고 멀리서 사진을 찍는데 겁대가리 없는 서양 여자한명이 조심스럽게 다가가 사진을 찍었다. 나 또한 순간 겁을 상실하여 뚜벅뚜벅 걸어가 악어의 꼬리를 잡았다. 겁을 낼만했지만, 무슨 플라스틱 모형만지듯이 만지니 주변 사람들이 눈이 똥그래져서 쳐다봤다. 다행히도 악어는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고, 나름 인생에서 귀한 사진 한장을 얻었다. 내가 사진을 찍고 자리를 피하니 악어는 스르륵 물속으로 들어갔다.






일정은 지치지 않고 계속되었다. 피라냐 사냥을 하러 다시 보트를 탔다. 이 역시 영화 '피라냐'가 떠올랐지만, 겨우 생선따위에 겁을 먹지는 않았다. 가이드가 피라냐 서식지 앞에서 생산 한마리를 죽여 피를 퍼뜨리고 낚시바늘을 몇번 움직이더니 바로 피라냐 한마리가 퍼드득거리며 올라왔다.

'별거 아니구만'이라는 생각에 바로 도전해봤는데 막상 보는것만큼 쉽지는 않았다. 몇 군데 포인트를 돌며 시간가는줄 모르고 낚시를 하다보니 벌써 저녁을 먹을 시간이었다. 잡은 피라냐를 튀겨먹을거니 나뭇가지 꼬챙이에 끼워 조심스럽게 들고갔다. 





해먹에 누워 노래를 듣고 있는데 서양인들이 다급하게 나를 불렀다. 야생 악어가 또 출몰한 것이었다. 짧은 다리의 악어가 계단을 올라올리는 없었기에 '이러면 절대 안되지만' 기다란 막대기로 악어를 툭툭쳤다. 열이 받는지 입을 커다랗게 벌리니 공포 그 자체였다.

깜짝 놀라 서양인들을 손가락질하며, 

'동양인은 맛이 없어~ 서양인 맛있어; 라니 서양애들도 질 수 없다는 듯이 '동양인들이 더 맛있다'는 말로 받아쳤다. 한마리의 야생 악어를 두고 어느 종족이 더 맛있는지 열띤 토론을 하는 사이 악어는 사라져있었다.





함께 맥주를 마시며 루레나바케의 팜파스 투어에 대해 이야기했다. 함께 온 다른 친구들도 별 기대없이 온듯했지만, 아주 만족하고 있다며 좋아했고 나 또한 오랜만에 아주 재밌는 투어를 하였기에 즐거운 상태였다. 

내일은 아침 일찍 일어날 필요없이 아침 식사후 핑크돌고래를 보러 가기로 했기에 우리의 이야기는 밤이 늦도록 지속되었다. 그 사이 수많은 모기떼는 배를 든든하게 채웠다.


2014. 0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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