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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기./13~14, 세계일주, 남미

볼리비아 루레나바케. #185 1열 비행기를 타 본적이 있나요?

by 지구별 여행가 2018. 6. 4.

드디어 루레나바케로 떠나는 날이다. 3일간 필요한 짐만 간소하게 들고 나왔다. 인석씨 역시 오늘 체크아웃을 하고 이 도시를 떠날 예정이라 했기에 다 함께 일식집에 가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인석씨와 병윤이형은 1달을 함께 보낸 사이였기에 제대로 된 식사도 못하고 헤어지기는 아쉬운 듯 했다. 오랜만에 돈을 쓰더라도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일식집에 들렀지만, 재수가 없게도 휴무였다.

허탈한 마음에 주변을 둘러보다 현지인들이 바글거리는 식당에 들어갔다. 자리에 앉으니 주문은 오직 생선 or 고기였다.

사람이 많은데는 이유가 있었다. 스타터부터 시작하여 후식까지 줄줄 나오는데 나중에는 배가 터질 것 같아서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인당 30~40볼정도를 예상하고 미리 돈을 꺼내눴는데 가격이 39볼이 나왔다. 역시나 나의 느낌은 정확하다며 40볼을 인석씨에게 줬는데 이게 왠일. 인당 13볼씩 총 39볼이었다. 무려 13볼에 엄청난 코스요리를 먹었음에 만족하고 인석씨와는 헤어졌다.


병윤이형은 장갑을 사러 잠시 사라졌고, 이 사이에 한국 친구들에게 엽서를 보내기 위해 우체국에 들렀다. 장당 4,000원씩 3명. 밥 3끼를 지불했다.


라파즈 공항까지 가는데에는 굳이 택시를 탈 필요는 없었다.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 않아 현지인들에게 물으니, 반대편으로 가서 버스를 타라 했다. 저 멀리서 버스가 오는게 보였기에 전력질주로 달려 간신히 버스를 잡으니 우리를 위한 두자리가 딱 남아있었다.





역시나 저가항공다운 맛이 있는 티켓이었다. 빳빳한 항공권이 아닌 종이 쪼가리에 방금 인쇄된 영수증을 주었다. 엘 칼라파테를 갈 떄 탔던 비행기를 생각하며 X-Ray를 통과하는데 직원이 내 가방 전부를 열어보라하였다. 또 귀찮게 하는구만 생각하고 가방을 열었는데, 전혀 생각치 못한 수염가위가 걸렸다. 이스탄불 길거리에서 1리라 주고 산 가위였는데 당시 수염을 기르고 다니던 나에게는 아주 중요한 물건이었다. 보안요원에게 사정을 해봤지만 통할리는 없었다. 정든 수염가위를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 나서야 비행기에 올라탈 수 있었다.


나름 다양한 비행기를 타봤다고 자부하는 나였다. 이층으로 이루어진 보잉 A380기체는 못 타봤어도, 밥 먹듯이 보잉 747에 탑승했고, 3*3구조의 비행기, 프로펠러 비행기, 엘칼라파테에서 탔던 버스마냥 정차하는 비행기등 별의별 비행기가 많았는데 이 아마조네스 비행기는 나에게 또 다른 비행기를 경험시켜주었다. 

정말 독특하게도 약 20명정도 타면 꽉차는 1*1비행기였다. 물론 스튜어디스는 없었고, 앞을 바라보면 기장이 운전하는게 보였다. 부기장도 신기했는지 연신 사진을 찍어댔다.


40여분의 비행시간이 끝날 무렵 황색의 강과 우거짓 숲들이 보였다. 아마존의 느낌이 났다. 활주로에 내리니 건물은 없고 버스가 한대 우두커니 서있었다. 아무말없이 우리를 태웠고, 공항건물이 아닌 바로 시내로 직행했다. 너무 신기해서 인터넷으로 좀 찾아보니 예전에는 활주로도 비포장도로라서 착륙시 아주 스펙타클했다는 후기들이 많았다.



인터넷으로 검색했을 때에는 한인숙소가 있다하였지만, 찾지못하였기에 그 근처 적당한 곳에 짐을 풀었다. 값도 저렴했고 사람도 없어서 지내기 괜찮을듯 하였다.

영화를 한편보면서 휴식을 취하다가 내일 투어회사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 잠시 시내로 나왔다. 간단한게 식사를 하고 아침식사 대용으로 먹을 바나나를 사러 잠시 슈퍼에 들러서 이리저리 살펴보는데 갑자기 주인 할머니가 사자후를 갈기더니 그냥 사지 말고 가라고 손짓했다. 아니 내가 뭔 큰 죄를 저지른것도 아니고 바나나 하나 사려고 잠깐 들어봤을 뿐이었는데... 이게 그렇게 화를 낼만한 일인가 싶었다. 기분이 나빠서 다른 슈퍼로 갔는데 거기서는 기웃거리지마자 바로 소리를 질렀다. 뭐 이런... 말도 안되는 동네가 있나 싶었다. 기분이 아주 더러웠지만 마땅히 바나나를 살만한 곳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구매했다.


숙소 공동공간에는 당구대가 하나 있었다. 근처에 자리를 잡고 잠시 쉬는데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다가와 1볼 내기 포켓볼을 한게임 치자고 하였다. 당구대의 상태는 최악이었지만, 시간도 보낼 겸 당구대 한쪽에 1볼을 올렸다. 그의 실력은 당구대만큼 형편이 없었다. 최악의 당구대에 길들여져있을 사람이 이정도라면 실력은 보나마나였다. 

결과는 5전 5승. 5볼을 가지고 가기도 민망하여 그냥 들어가려는데 끝까지, 아주 집요하게 한게임을 더 하자고 하였다. 이 자리르 벗어나는 방법은 단 하나. 아슬아슬하게 패배하니 씩 웃으면서 그제서야 나를 보내줬다. 방으로 들어가는 나에게 내일 한게임 더치자고 하였지만, 속으로 외쳤다.

'야 임마, 나 내일 투어간다.'

 

2014. 0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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