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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기./13~14, 세계일주, 남미

볼리비아 루레나바케. #189 목숨을 걸고 데스로드를 빠져나오다.

by 지구별 여행가 2018. 6. 14.

나름 괜찮은 술이였나보다. 퍼마신 술에 비해 머리가 심각하게 아프지는 않았다. 9시에 버스정류장에서 루카스와 만나기로 했기에 이른 아침 체크아웃을 했다. 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그가 막 버스티켓을 사기 직전이었다. 우리가 안올줄 알고 미리 버스표를 구매하고 있었단다. 그와 같은 시간 11시 30분 출발 버스티켓을 사놓고 다시 잠시 각자의 숙소로 헤어졌다. 가있을 곳도 없었고, 아직 시간이 일러서 그런지 배가 차지도 않는 토스트 따위를 파는 가게 몇 곳만이 영업중이었다. 

10시쯤 혹시나해서 다시 길거리를 방황하니 Sopa de pollo(닭고기죽? 스프?)를 파는 집이 보였다. 간단하게 식사를 해결하고 과자도 하나 사서 버스에 올라탔다.


긴장됐다. 소문이 무성한 곳이었다. 매년 몇 백명이 죽는다느니, 자기는 죽을 뻔 했다느니, 앞 버스가 떨어지는걸 봤다느니. 믿을 수 있는 말은 아닌거 같지만, 어쨌든 실제로 사람들이 많이 죽어나가는 말 그대로 죽음의 도로 '데스로드'였다. 외곽으로 나가자마자 길이 비포장도로로 연결되기 시작했는데 한참을 달리니 중간중간 심각하게 파인곳들이 있어서 버스가 날라가는줄 알았다. 

별 생각없이 탔더라면 '원래 버스가 다 이렇지 뭐'하고 넘어갔겠지만, 내 머리속에 각인된 '죽음의 도로'는 나를 더욱 겁먹게했다.





그래도 잠은 잤다. 누차 아주 많은 여행기에서 이야기했지만 버스에 탄 이상 그곳이 죽음의 길이든 안전한 길이든 내가 할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다. 내 목숨은 그저 저 조악한 운전대를 잡고 열심히 파워 핸들링을 하는 운전기사에게 달려있을뿐이었다. 

점심먹을때쯤 다시 일어나 식사를 하고 창밖을 보면서 가는데 길이 험하긴 험했다. 별의별 생각을 하면서 가고 있는데 버스가 시동을 끄더니 기사가 내렸고, 시끌시끌해졌다. 잠시 기지개를 펼겸 따라 내리니 공사 차량들이 길을 막아놔서 더 이상 앞으로 갈 수가 없었다. 버스기사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지만, 해결이 잘 되지 않는듯 한참동안 회의를 하더니 모든 승객에게 짐을 들고 버스에서 내리라하였다.

좁은 길을 따라 기사는 목숨을 내놓고 운전했다. 사람들은 그 뒤를 졸졸 따라갔다. 아주 위험천만한 운전을 하고 있었으나 우리의 희망이자 영웅인 버스기사는 조심스럽게 빠져나왔다. 모두가 박수를 치면서 버스에 올라타니 다시 버스가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다시 잠이 들었다가 깼다. 역시나 또 소란스러웠다.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고 난리도 아니었다. 루카스와 형에게 물어보니 방금 덜컹거리면서 버스가 휘청했단다. 뭔가 문제가 있긴있어나보다. 그 바람에 깨어있던 사람들이 난리를 치던거였다. 루카스는 괜찮다며 걱정하지말라했지만, 표정은 그가 가장 심각했다.


기사는 승객들을 진정시키고 다시 출발했다. 이제는 잠이 오지 않았다. 다시 또 한참을 가는데 버스가 섰다. 그러더니 모든 승객을 또 내리라하였다. 여기도 공사자재를 운반하는 차들때문에 버스가 움직이기 쉽지않다고 하였다. 

이번에는 꽤 오랜시간이 걸릴것같다하였다. 승객들은 다들 어딘가로 사라졌고, 우리도 밥이나 먹을 겸 식당을 찾았지만 마땅치는 않았다. 아까 사둔 과자와 바나나등을 꺼내 먹었다. 

시커먼 하늘의 별을 구경하다가 버스가 경적을 몇 번 울리니 사람들이 다시 모였다. 앞으로 몇번이나 이런일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불안한 길이긴 했다. 긴장감과 피곤함이 뒤섞임 잠을 청했다.


2014. 0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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