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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기./13~14, 세계일주, 남미

칠레 푸콘. #170 사람도 없고, 할것도 없는 그 동네

by 지구별 여행가 2017. 12. 4.

유명 블로거가 남미 최고의 여행지 몇 곳을 꼽는다면 푸콘을 그 중에 하나로 뽑는다는 말에 혹하여 넘어온 곳이 푸콘이었다. 거기다가 바릴로체에서 산티아고로 바로 가기에는 거리도 멀고 뭔가가 아쉬워서 들렀지만, 나에게는 별로였다.


11시까지 푹 잠을 자고 일어났다. 어찌나 배가 고픈지 어제 먹다남은 빵 모두와 왕감자 2개를 삶아 먹었다. 감자가 삶아지는동안 거실에 앉아 핸드폰을 보고 있는데 주인아주머니가 방에서 나왔다. 앞뒤 내용도 없이 문단속만 잘하고 나가라며 쿨하게 집을 나서셨다. 

오래있을 예정도 아닌 지역이었기에 하루종일 시간을 내어 주변을 좀 둘러보기로 했다.





푸콘의 대표적인 관광코스는 화산트래킹이지만 에티오피아처럼 붉은 마그마를 보는게 아닌, 뭉게뭉게 연기가 나는 지역까지만 가서 구경하는 것이기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정말 할게 없는 도시였다. 조그마한 선착장에 가니 작은 강아지 한마리만이 나를 반길뿐이었고, 그 옆의 작은 공원에서는 새 몇마리만 공원의 주인행새를 하고 있었다. 길거리에 사람도 안 보였다.

햇볕이 따스한 벤치에 앉아 책을 읽었다. 날씨는 좋았지만 바람은 쌀쌀했다. 조금씩 몸이 떨려오기에 책을 덮었다.

어디를 가도 사람이 없었다. 골목을 방황해보고 이곳저곳 기웃거렸지만 볼게 없었다. 동네도 참으로 작았다.


숙소로 돌아가려는데 갑자기 머리가 띵~하면서 배가 고파왔다. 당이 떨어진 듯 하였다. 근처 대형마트에 들어가 초콜렛 과자 두개를 사서 먹었다. 정말 오랜만에 군것질을 하는거였는데 초콜렛향이 입안 가득 퍼지면서 황홀함이 입안을 감쌌다. 행복감에 실실 웃으면서 미친 사라마냥 길을 걸었다.

휴양을 하러 온 것도 아니고,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나것도 아니었기에 푸콘에 오래 머무를 필요가 없었다. 내일 바로 산티아고로 넘어가기로 결정하고 버스회사를 잠시 들러 JAC회사에서 티켓을 끊었다.






숙소도 역시나 할 것은 없었다. 1층에 내려가 일기를 쓰면서 저녁식사를 차려먹었다. 볶음밥을 했는데 양 계산을 잘못하여 대략 3인분에 달하는 음식을 차렸다. 보통은 꾸역꾸역 다 먹어서 처리하는데 이는 도저히 다 먹을 수가 없어서 한쪽 접시에 담아두고 내일 아침에 먹기로 했다.

저녁의 푸콘을 구경갈까 하였지만, 낮에도 없는 사람이 저녁이라고 있을리는 없었다. 안이나 밖이나 똑같이 사람이 없다면, 이불속만한 곳이 있을까.

안으로 안으로 기어들어갔다.


2017. 0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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