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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기./13~14, 세계일주, 남미

아르헨티나 바릴로체. #168 가난한 여행자는 밥값에 마음이 흔들린다.

by 지구별 여행가 2017. 11. 28.

슬슬 돌아가는 비행기표를 알아보는 횟수가 늘었다. 끝없이 지속될 여행이라 생각치는 않았지만 이다지도 금세 다가올줄은 상상하지 못했었다. 10시쯤 규열이와 캐나다 유학파 친구들이 함께 나가자 하였지만 그다지 나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오전시간은 저렴한 비행기표 를 검색하는데에 시간을 보냈다. 대부분의 비행기 값이 그다지 비싸지는 않았는데, LA에서 인천까지 대략 50만원선이면 구할 수 있었다. 거기다가 LA로 가는 항공편 역시 남미 대부분의 곳에서 40만원선을 넘지 않았다. 크게 돈을 쓰지 않고 돌아갈 수 있을 듯 하였다. LA의 입국심사는 깐깐하기로 여행객들 사이에서 정평이 나있었지만, 방법은 없었다.




바릴로체를 떠나 칠레 푸콘으로 가는 버스티켓을 구하기 위해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갔다. 조금씩 조금씩 비가 내리며 내 뒤쪽에서 먹구름이 나를 잡아먹을 듯이 쫒아오고 있었다. 저 멀리서는 한바탕 폭우가 내리침이 분명했다. 아침에 먼저 나간 일행들을 만나서 어디를 다녀왔는지 물어보니 버스정류장에 다녀왔다하였다. 이럴줄 알았으면 같이 갈껄 그랬다.


인터넷에서 검색한 것과는 다르게 바릴로체-오소르노, 오소르노-푸콘 구간을 한번에 파는 회사는 없었다. 인포메이션에 가서 푸콘 가는 방법을 물어보니 산마르틴으로 가서 푸콘으로 넘어가는 방법을 강력하게 추천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미리 알아본 정보로는 산마르틴에서 푸콘행 버스가 새벽 6시 출발이었기에 상당히 부담으로 다가왔다. 도시의 크기나, 새벽같이 일찍 나올 수 있는 교통인프라가 연결되어있는지, 만약 노숙을 해야한다면 할만한 곳은 있는지 알리가 없었다. 잠시 고민끝에 원래 계획했던 오소르노에 가서 푸콘행 버스티켓을 현장구매하기로 했다.

바릴로체에서 오소르노행 버스는 오후 1시반, 아침 7시 반이 있었는데, 아침 7시 반이면 호스텔에서 오지 못할 시간은 아니었다. 이른 시간 버스를 구매하고 시내로 향했다.



여행 중 엽서를 친구들에게 사서 보내기로 한 것은 나름 내가 고안한 오프라인 만남의 일종이었다. 과거 인도여행을 했을 때 SNS를 통한 연락은 너무나 쉬웠지만, 금세 서로간의 연결고리가 시들시들해짐이 상당히 아쉬었다. 내가 보낸 엽서가 어딘가에 쳐박혀 보관된다면 SNS와 별다름 없겠지만, 적어도 이사갈 때쯤 '이정원'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때 이 편지를 보내줬었지라고 기억은 잠시 떠올리지 않을까 싶었다. 

여행 중에 누군가와 비슷한 느낌의 도시, 문화, 사람을 만났을 경우 한장씩 엽서를 적어서 보내주었다. 저 멀리 몇만 Km가 떨어진 곳에서 편지를 받았을 친구를 생각하면 마음이 기뻤다.


문제는 돈이었다. 적어도 중동까지는 편지 발송비용이 감내가 되는 수준이었지만, 아프리카와 남미에 들어서면서 엽서 한장, 한장이 엄청난 부담이었다.

바릴로체에서도 근처 잡동사니점에 들어가 엽서를 4장사고 우체국을 가서 부치니 20,000원에 달하는 금액이 나왔다. 누군가는 겨우 20,000원쯤이겠지만, 당시 나의 여행중 20,000원이면 하루치 숙박비와 식비를 맞먹는 수준이었다. 그렇다고 하루치 밥과 숙박비가 내 친구들과 동급은 아니었으며, 돈 앞에 굴복하는 내 모습을 말그대로 '쫀심'상하는 일이었다. 편지를 보내주었다. 



나를 제외한 한국인들은 모두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갔다. 그다지 디저트를 좋아하지도 않기에 이따 저녁에 보기로 하고 길거리를 배회하다가 숙소로 들어갔다. 모두 점심을 어디서 먹었는지 든든하게 먹었다고 하기에 나 혼자 마트에 가서 저녁 장거리를 사왔다. 숙소에 운이 좋게도 누가 쓰고 남기고 간 간장을 발견해 찜닭을 만들어 먹었다.


새벽 6시에 일어나 나가야하기에 한국인들과는 이른 인사를 하고 리셉션에 가서 미리 체크아웃을 하니 숙소의 주인이 내일 아침식사를 일찍 준비해주겠다며 혼자라도 먹고 가라고 하였다. 

이렇게 착할 수가.

역시 천사 호스텔이었다.


2014. 0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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