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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기./13~14, 세계일주, 남미

칠레 아타카마. #175 도민준씨의 개인적 취향.

by 지구별 여행가 2018. 1. 16.

얼마나 마음에 들지 않았으면 이른 아침부터 다른 숙소를 찾아나갈 생각으로 어제 짐도 풀지 않았었다. 이 지역에서 가장 저렴하다는 솔아타카마 호스텔을 가보았으나 대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더이상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지 않는듯 하였다. 다른 숙소를 알아볼까 한 순간, 귀찮음이 몰려왔다. 

'그래 하루쯤이야... 하루쯤인데 그냥 더 머물자'라는 생각에 숙소 침대에 짐을 풀었다.






아타카마에 방문하는 관광객의 목적은 오로지 달의 계곡뿐이다. 지도를 보니 숙소에서 6Km정도 떨어져있었다. 이정도면 충분히 걸어갈만한 거리였다. 

한참을 가는 도중에 큰 도로에서 살짝 우측으로 빠지는 작은 길이 있었는데 나는 그 길과는 다른 길을 선택하여 걸었다. 한참을 걷다보니 지도상에서 점점 달의 계곡과 멀어지는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작은 샛길로 갔어야만 했나보다. 지금이라도 돌아간다면 오늘 아타카마 사막에 도착할 수 있을 듯 하였지만, 먹을 음식이 없었다.

숙소로 돌아와 감자를 삶아먹고 다시 길을 나서니 아까 걸었던 길을 다시 걸어야하는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오랜만에 투어를 이용하기로 하고 시내로 가니 수많은 여행사에서 아타카마 사막 투어를 진행하고 있었다. 비싼곳은 12,000페소정도, 저렴한 곳은 8,000페소정도였다. 흥정하기가 귀찮아 마지막에 들어간 여행사에서 예약했다.


시작은 오후 2시반이었기에 숙소에서 만화책을 보고, 동네를 산책한후 시간에 맞춰 여행사 앞으로 나왔다. 구석 그늘 밑에서 음침하게 앉아 해를 피하고 있는데 한국인 4명이 여행사 앞에 멈췄다. 동행이 생겼다. 입구에 들어가면서 가이드가 돈을 한꺼번에 지불했는데 누군가 돈을 내지 않은듯 자신의 돈으로 2,000페소를 지불했다며 짜증과 불만이 섞인 말을 했다. 자기가 돈을 제대로 받지 않은 것은 생각치 않는듯하였다. 

달의 계곡은 크게 인상이 깊게 남은 관광지는 아니었다. 동굴투어를 하고, 쩍쩍 갈라지는 소리가 들리는 벽을 잠시 들렀다가, 말도 안되는 성모마리아상을 들렀다. 그나마 계곡의 전경을 볼 수 있는 전망대가 가장 아름다웠다. 당시에 보지는 못했지만 별에서 온 그대라는 유명한 드라마의 주인공이 이 곳을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는데 실제로 와서 보면, 그냥 그렇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한국인 두명을 더 만났다. 크게 정해진 일정은 없는 듯 우리와 함께 와인을 마시기로 했다. 같이 투어를 한 4명의 숙소에서 술을 마시기로 했는데 우아... 정말 숙소가 너무 좋았다. 겨우 500페소가 비쌀뿐이었는데 이렇게 차이가 날정도라니. 주인 아주머니께 내일 무조건 이곳으로 숙소를 옮기겠다고 하니 자리도 하나 빼주었다. 내일 이 곳에 묵지 않아도 되니 하루종일 재밌게 놀고 가라며 자리를 비켜주었다.


다들 식사는 생각이 없다하여 나와 한 형만 내 숙소로 가서 같이 저녁을 해먹기로 했으나 아까의 그 숙소와는 다르게 이 곳은 융통성이 전혀없었고 불친절했다. 입구를 지키는 사장은 절대로 외부인은 들어올 수 없다며 나가라 하였다. 도난 사건이나 나중에 괜히 오해의 소지가 발생할 수 있기에 이러한 처사가 이해는되지만 그 순간에는 더욱더 빨리 숙소를 옮기고 싶었다. 



다시 형네 숙소로 돌아오니 그 사이 공동 주방에는 브라질인 2명과 타이완인 1명이 자리르 잡고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다. 고맙게도 우리가 배고파하니 자신들의 음식을 조금 나누어주었다. 한참을 수다를 떨면서 알게된 사실이었지만, 아까 투어가 끝나고 만난 2명은 나와 비슷하게 호주에서 돈을 벌어 남미 여행을 온 커플이다. 우연찮게도 다음일정이 유우니로 서로 같았기에 일요일날 함께 깔라마로 넘어가서 유우니까지 함께 넘어가기로 했다.

늦은 시간, 나도 숙소로 돌아가야만 했다. 투어를 함께한 사람들을 따라 올때는 길이 쉬웠는데 막상 밤이되니 길이 헷갈렸다. 30여분을 헤메이다가 겨우겨우 숙소에 도착했지만 문이 잠겨있었다. 한참을 두들겼지만 열어주지 않았다. 어제는 새벽까지 놀던 외국인들이 많았는데 오늘은 다들 일찍 잠자리에 들었나보다. 길바닥에서 자고 싶을정도로 졸렸지만, 마지막 힘을 다해 문을 두들기니 그제서야 사람이 나왔다.

최대한 미안한 표정을 짓고는 침대에 누우니 잠이들기까지 3초도 안걸렸다.


2014. 06.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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