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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기./13~14, 세계일주, 남미

칠레 산티아고. #173 더럽고 치사해도 볼리비아는 가야지

by 지구별 여행가 2018. 1. 7.

대한민국의 여권은 대한민국안에 있으면 체감이 안되지만, 해외로 나가면 굉장히 강력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웬만한 나라는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깡패 여권중에 여권이다. 혹여나 비자가 필요한 나라를 가게된다면 한국내의 대사관에서 비자를 받으면 되기에 크게 문제가 되지도 않는다. 

하지만 지난 아프리카 나미비아처럼 외국에서 사전 비자를 받아야하는 경우 비자발급이 상당히 까탈스러우며 왔다갔다 시간을 계산하면 하루를 통째로 잡아먹는 경우가 허다하다. 칠레에서 볼리비아 비자를 받기 위한 그 날이 오늘이었다.



산티아고는 적어도 내 기준에서 그다지 매력적인 곳이 아니었기에 하루 빨리 볼리비아로 가고 싶었다. 주칠레 볼리비아 대사관에 찾아가니 예상외로 사람이 많았다. 입구에 들어서니 안내원이 설명을 해주는데 전혀 영어를 못했다. 그저 손짓으로 어느방을 가리키길래 들어갔다.

직원을 만나 비자를 받으러왔다 이야기하니 신청서를 인터넷으로 작성해서 뽑아오랬다. 처음 듣는 소리였다. 적어도 내가 검색해본 인터넷 글들 상에는 이런 이야기가 전혀 없었다. 며칠만에 규정이 바뀐것인지 알 방도가 없었으나 어찌하나 하라면 해야지. 시계를 보니 10시 40분을 막 넘어가고 있었다. 12시 30분까지 접수를 완료해야 당일 비자 발급이 가능하기에 서둘러야만 했다. 

일단 무작정 밖으로 뛰어나가 넷북을 보고 그동안 캡쳐해놓은 정보들을 살펴봤지만 전혀 적혀있지 않았다. 시간이 없으니 비자 신청 담당자에게 손으로 작성하겠다고 사정을 하려고 대사관으로 뛰어가는데 엘 칼라파테에서 만난 어르신들을 다시 만났다. 혹시나하여 비자 신청서에 대해 물어보니 여기서 신청서를 종이로 받으셨단다. 

개자식들 왜 나만...


다시 직원을 만나 상당히 격양된 말투로 종이 신청서를 달라니까 그제서야 종이를 한장 꺼내주었다. 한껏 째려보고 종이를 받아서 양식을 채워나가는 동안, 어르신들은 비자 심사관 방으로 들어갔는데 금세 나오면서 고개를 저었다. 왜 그런지 여쭤보니 비행기표랑 숙소 예약증을 출력해와야한다고 했다. 내가 들어가봤자 똑같은 상황에 직면하게 될테니 양식작성을 잠시 멈추고 어르신들과 밖으로 나왔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근처 마트에 가면 프린트기 사용이 가능하다고 하였다. 더럽게 열이 받았다. 이런 상황을 겪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닐텐데 그냥 몇페소 받고 컴퓨터랑 프린트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 되는거 아닌가 싶었다.

마트로 뛰어들어갔으나 대화가 안통하니 무조건 'Photo, Photo'만 외치고 다녔다. 겨우 출력을 할 수 있는 상점을 만나 항상 가지고 다니던 가짜 비행기 티켓과 호스텔 예약증의 날짜를 바꿔 출력했다. 한번 더 퇴짜를 맞으면 오늘 비자 발급은 무산되기에 혹시나하여 신용카드도 한장 복사했다.


시간을 보니 11시 50분. 전력질주만이 살길이었다. 선한 억지 미소를 보이며 준비물을 들이미니 결국 통과되었다. 

'에이 더러운 놈들 뭐가 이리 깐깐해'라며 속으로 욕을했지만 잘 생각해보면 깐깐해야하는게 당연했다.

한숨 돌리고 비자가 나오기를 기다리는데 오후 4시에 다시오라하였다. 원래는 10분정도면 나오는데 우리가 늦게 접수했기에 오후에나 가능하다고 하였다. 비자만 받을 수 있다면 이정도 기다림은 문제도 아니었다. 어차피 우리는 버스표를 사러 가야했다.



버스터미널에서 나는  아타카마 직행 버스를 알아보고 어르신들은 깔라마로 가는 버스표를 알아봤다. 가장 싼 가격이 대략 35,000페소 정도 되기에 내일 출발행 버스표를 구매했는데 어르신들은 그세 일정이 바뀌어 깔라마가 아닌 아타카마행 버스티켓을 구매하신다고 하셨다. 내가 산 곳과 같은 곳에서 표를 구매하셨다. 같이 이동을 하면 좋으려만 이 곳에 조금 더 머물다가 떠나실 예정이라 하셨다.


간단하게 빵집에서 반달빵을 먹고 오후 3시쯤 출발하여 3시 45분쯤 대사관에 도착했다. 15분을 기다려야겠다 싶었는데 대사관직원이 별로 할 일이 없었는지 바로 여권을 돌려주었다. 드디어 볼리비아 비자를 받았다. 앞으로 남은 여행국가는 모두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곳이었기에 이러한 고생이 필요없음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르신들과는 다시 뵙기를 희망하며 헤어진 후 숙소로 돌아오니 규열이가 침대에 널부러져있었다. 뭐했는지 물어보니 딱히 한 것은 없는 듯 하였다. 오늘의 메뉴는 볶음밥으로 정하고 배가 터질때까지 즐거운 식사를 하였다. 

역시나 먹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

 

2014. 06.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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