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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기./13~14, 세계일주, 남미

칠레 아타카마. #176 숙취는 모든 것을 내려놓게 만든다.

by 지구별 여행가 2018. 1. 17.

싸구려는 역시나였다. 머리가 부서질 듯 아파왔다. 아니 어쩌면 어제의 술이 싸구려가 아니라, 그냥 내가 마신 술의 절대량이 많았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도저히 움직일 수 있는 몸상태가 아니였지만 체크아웃을 하고 숙소를 옮겼으니, 나의 숙소를 옮기겠다는 집념은 정말 대단했다. 오늘은 아무것도 안할 요량으로 짐을 풀자마자 누웠다.

짐을 풀어보니 오소르노에서 저렴하게 구입했던 회색 트레이닝복 바지가 보이지 않았다. 어제 춥다고 들고 나갔었는데 아무래도 어딘가에 흘린듯 하였다. 


어느정도 정신이 돌아와 주방에서 죽을 간단하게 끓여먹었다. 보통의 호스텔 주방에는 압력밥솥이 없으니 일반 냄비에 밥을 해먹게되는데, 물조절을 잘못하여 밥이 설익거나, 순간 딴짓을 하다가 냄비를 홀라당 태워먹는 일이 가끔씩 발생하기에 물을 넉넉하게 잡아 죽을 끓여먹기 시작했다. 항상 쌀은 가방속에 있었고, 식용류가 필요한것도 아니며, 그저 물과 소금만 있으면 되니 참으로 간단했다.



어제만난 4인방중 재인 누나를 빼면 모두가 떠나는 날이었다. 함께 점심식사를 하고 헤어지기로 했지만 어쩌다보니 서로의 시간이 맞지 않아 재인이 누나와 둘이 간단하게 일회용 음식으로 허기를 달랬다. 

한쪽에 누워서 핸드폰을 보고있는데 한 일본인 커플이 다가와서 우리 어디서 본적없는지 물었다. '음... 누구지...?' 낯은 익는데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가 먼저 빈트훅숙소에서 만나지 않았냐며 재차 물으니 그제서야 얼굴의 조각이 맞춰졌다.


2시반쯤 모두가 떠날 시간이었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폭풍과도 같은 하루를 보낸사이였기에 정이 많이 생겼는데 이렇게 빨리 헤어지는게 아쉬웠다. 내일 칼라마행 버스티켓을 살겸, 그들을 배웅할겸 버스정류장까지 바래다주었다. 버스가 저 멀리 사라질때까지 눈을 떼지 못했다.

정확히 투어 이름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녀는 한가지의 투어를 더 예약해놓은 상태였다. 함께 투어를 하자는 그녀의 말에 '어차피 숙소에서 할것도 없으니 따라갈까?' 라며 순간 혹했지만, 너무나 피곤했기에 오늘은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무한도전을 보면서 뒹굴뒹굴 시간을 보내는 나였다.


약 7시쯤 그녀가 돌아왔고, 함께 마트에 들렀다. 마트문을 박차고 들어갈때에는 이것저것 많이 사서 맛있는 음식을 해먹자하였지만, 결국은 누구나 손쉽게, 맛도 평균이상은 만족시켜주는 볶음밥이 채택되었다. 마땅히 할 요리도 없었고, 살만한 재료도 없었다. 어제 충분히 과음을 했으니 오늘만은 술병을 잠시 내려놓기로 하였다.

나름 진수성찬의 저녁식사를 마치고서로의 숙취가 심했기에 오늘은 일찍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 하루를 마무리하였다.


2014. 06.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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