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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기./13~14, 세계일주, 남미

볼리비아 라파즈. #184 누런 도시, 라파즈의 추억

by 지구별 여행가 2018. 5. 22.

유우니 파업 해제 소식을 듣고 밤버스로 유우니를 다녀온 병윤이형이 이른 아침에 돌아와있었다. 싱글룸이 없어서 혼자 더블룸을 쓸 상황이라며, 그는 나와 함께 더블룸을 쓰기를 원했다. 나 역시 돈을 더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이었기에 싱글룸을 체크아웃했다. 

방값을 계산하려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하루치 방값 35볼로 계산했다. 분명히 나와 30볼에 협의를 마쳤던 상태였지만 그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짜증이 폭발했지만 이 가격대의 숙소를 구하는것도 쉽지는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돈을 지불하고 병윤이형과 방을 합쳤다.


그는 나와 함께 루레나바케를 가기로 약속했기에 투어와 비행기 예약을 하러 시내로 나왔다. 여행사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라 몇 곳을 둘러보다가 그나마 숙소앞의 여행사가 다른 곳에 비해 100볼정도 저렴했기에 약간의 협상끝에 추가할인을 받아 예약했다.

루레나바케로 가기 위한 아마조네스 항공사에서는 보아항공과 탐항공은 루레나바케행 노선을 취항하지 않는다 하였다. 그러나 돈과 관련된 것인데 확인을 해봐야할 것 아닌가. 근처의 탐항공 대리점을 가보니 아마조네스 항공사 직원의 말이 맞았다. 보아항공도 맞겠지 싶어서 넘어갈 내가 아니었다. 그러나 몇몇의 현지인들에게 물어봐서 겨우 찾아간 보아항공은 얼마전 루레나바케행 노선이 취소된 것이 사실이었다.


답은 아마조네스였다. 혹시나 표가 사라질까봐 전속력으로 뛰어가니 문이 닫혀있었다. 그 짧은 시간에 문을 닫을 줄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업무시간이 끝났을리는 없었다. 점심식사 시간이 겨우 넘은 시간이었다. 이상하지만, 어쩔 수 없음에 절망하며 문앞을 기웃거리는데 안을 자세히 살펴보니 사람의 실루엣이 왔다갔다하는게 보였다. 굳게 닫힌 철문을 내리치니 그제서야 사람이 나와 문을 열어주었다. 

언어는 통하지 않았지만, 눈치로 티켓을 구매했다. 일단 편도만 구매하고 데스로드를 버스로 달려온 사람에게 길의 상태를 물어본 후 반응이 나쁘지 않으면 버스를 타기로 했다.




점심을 먹은 후 병윤이형과는 헤어졌다. 그는 근처에 있는 달의 계곡에 다녀오고 싶어했다. 나미비아에서도, 칠레에서도 봤던 달의 계곡이기에 더 이상 그런 종류의 이름이 붙은 곳은 갈 필요가 없었다. 대신에 인석씨와 함께 길거리를 쏘다녔다. 무작정 골목을 돌아다니니 어제의 축제 뒷풀이가 한창인지 곳곳에서 술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누구보다 빠르게 다가가 현지인들 사이에 앉으니 어르신들이 껄껄껄 웃으며 술을 한잔씩 주었다. 몇 잔 얻어마시니 핑하고 취기가 돌았다. 인석씨가 빨리 숙소로 돌아가고 싶은 눈치였기에 오랜 시간 보낼 수는 없었다. 돌아가는 길, 며칠 남지않은 여행을 위해 마지막 양말 4켤레를 구입했다.


맥주나 마시며 축구를 보고 있는데 인석씨가 심심했나보다. 함께 야경을 보러가자했다. 어디로 갈껀지 물어보니 혼자서 가면 호텔로 갈 것이고, 같이 움직인다면 조금 우범지대지만 제대로 된 야경을 볼 수 있는 곳으로 갈 것이라했다. '제대로 된 야경'이라는 말에 느낌이 꽂혀 맥주를 원샷하고 그와 함께 길을 나섰다.





역시나 '제대로 된 야경'인지 꽤 고지대였다. 라파즈의 경우, 저지대일수록 부자들이 살고 고지대일수록 서민층이 살기 때문에 고지대로 갈 수록 우범지대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길을 천천히 따라 올라가는 동안 그다지 위험하다고 느끼지는 못했었다. 

꼭대기에 도착해서 본 야경은 볼만 하였다. 라파즈 도심이 한눈에 들어왔는데, 확실히 산에 둘러싸여있다는게 느껴졌고, 나만의 느낌인지는 모르겠지만 도시 전체의 느낌이 황토색으로 뒤덮여있었다. 누런색의 가로등이 도시 전체를 연결하고 있어서 그런게 아닌가 싶었다.


우리가 숙소로 돌아오니 병윤이형은 달의 계곡 투어를 마치고 돌아와있었다. 함께 저녁을 먹고 맥주를 사서 마셨다. 

그리고 드디어 Real 아마존은 아니지만, 아마존 유역의 물이라도 발을 담글수 있는 날이 코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2014. 0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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