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구별 여행기./13~14, 세계일주, 남미

볼리비아 라파즈. #183 강렬한 기억, 축축하게 젖은 길거리.

by 지구별 여행가 2018. 4. 29.

세바스찬은 이른 아침부터 데스로드 자전거 투어를 나갔다. 투어를 함께 참여하자 했지만 그다지 끌리지 않았고, 가뜩이나 위험하다고 생각하여 비싼 돈 들여 비행기를 타고 데스로드를 지나가는데 버스보다 위험한 자전거 투어를 할리가 없었다.

어제부터 유심히 지켜본 축제를 즐기기 위해 란자시장으로 나왔다. 이미 축제가 한창 진행중이었는데 축제의 이름도 몰랐고, 무엇을 위한 축제인지도 모르지만, 메인도로를 따라 각양각색의 옷을 입고 행진을 하고 있었다. 오랜시간 준비한듯 입고 있는 옷들도 하나같이 정성스러웠다. 완전히 개방된 길을 따라 걸어가는게 아니라 도로 양 옆으로 관람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진 높다란 의자가 줄지어 있어서 밖에서는 안이 잘 보이지 않았다. 입구로 들어가려하니 너무 번잡하여 개구멍을 통해 들어가려하니 돈을 받았다. 나중에 알고보니 입장료 행진을 구경하는데에 입장료가 있던게 아니라 길 양옆으로 늘어선 자리의 자리세를 받고 있는 것이었다.






한참동안 밖에서 구경하기 좋은 포인트를 찾아 헤메였다. 겨우 좋은 자리를 발견하여 현지인들과 뒤섞여 구경했다. 꽤 높은 담위의 작은 공간이었는데 올라가기가 버거워 끙끙거리니 위에 있던 현지인들이 손을 잡아주었다. 조금 높은데서 보니 끝도 없이 이어진 행렬이 눈에 들어왔다. 도대체 어디까지 이어져있나 궁금하여 담을 내려와 길을 쭉 따라 내려가는데 사람의 통행이 없는 문을 따라 들어가려하니 이쪽으로는 들어갈 수 없다하였다. 점차 만사가 귀찮고 이리저리 들어가기도 힘들어 숙소로 돌아가려는데 란자시장 앞 작은 출입구에 바글거리던 사람이 다 빠져나가고 없었다.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에게 안으로 들어가도 되는지 물으니 들어오란다. 거기다가 공짜란다.







안에서 보는 축제의 열기는 밖보다 뜨거웠다. 카니발 페스티벌처럼 이어진 의자 하나에 대충 걸터앉아있으니 금세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다가와 돈을 내리고 하였다. 그럴때마다 자리를 잠시 이동하여 사람이 많은 곳에 앉아서 구경했다. 

그러나 행진의 속도는 너무나 느렸으며, 무언가 역동적이긴 하지만 보면 볼수록 비슷한 율동과 비슷한 옷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점점 재미가 없어졌다. 독특함을 뽐내는 독창적인 무언가가 없었다. 점점 뒤의 행렬들은 긴시간에 지쳤는지 대열을 이탈해 맥주를 마시는 사람, 그냥 한쪽에 앉아 쉬는 사람 악기를 안치는 사람들이 태반이었다. 가장 최악은... 소변이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길거리에서 소변을 그냥 눴다. 슬리퍼를 신고 있었기에 걸어다니면서 물이란 물은 절대 밟지 않으려 노력했다.



재미가 없어져 출구를 빠져나왔다. 언제까지 이어지는지는 모르겠지만 숙소로 돌아와서도 축제의 음악소리가 들리는듯 했다. 

화려한 옷, 축제의 열기, 율동, 음악보다 강렬하게 남은 것은 축축하게 젖은 길뿐이었다.


2014. 06. 1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