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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기./13~14, 세계일주, 남미

칠레 깔라마. #177 시어머니가 있다면 이런 느낌인가?

by 지구별 여행가 2018. 1. 20.

어제 미리 칼라마행 버스티켓을 사놓았기에 여전히 할 일은 없었다. 오전 10시에 아타카마에서의 마지막 일행을 버스에 태워보냈다.

오후 1시쯤, 버스시간에 맞춰 정류장에 나오니 호주커플도 나와있었다. 깔라마는 관광지라기보다 유우니로 가는 거점도시 같은 곳이다. 아타카마에서도 유우니 사막을 가로지르는 투어를 타고 넘어가는 방법이 있지만, 값이 상당하기에 가장 저렴한 방법인 아타카마 - 깔라마 - 유우니 일정으로 버스를 타고 가기로했다. 

깔라마까지는 가까운 거리기에 이어폰을 꼽고 노래를 들으며 멍하게 창밖을 보고 가는데, 앞자리의 앉은 커플의 남자는 열심히 스페인어를 공부중이었다. 성실하고 노력파였다.



가장 급한것은 유우니행 버스티켓이었지만, 유우니 파업의 여파로 많은 여행자들이 애용하는 아타카마 2000버스는 잠정 휴업상태였고, 다른 버스 회사들의 가격은 인당 20,000원정도까지 슬금슬금 인상되었다. 미리 사전 조사를 해온 민철이가 한군데 더 버스회사를 아니 그 곳까지 체크를 해보고 표를 구입하기로 하였다.

시간 절약을 위해 버스회사로 가는 중간중간 눈에 보이는 숙소를 체크하면서 다녔는데, 숙소의 질에 비해서 가격이 높은편이었다. 관광지도 아니고, 그저 유우니로 넘어가기위한 하나의 경유지같은 마을인데 뭐 이렇게 숙박비가 비싸지라는 의문이 들었다. 관광지가 아니라는 나의 판단이 잘못 된것인가, 혹은 처음부터 숙박비가 비싼지역으로 들어온 것인가? 답은 알수가 없었다.

숙소는 잠시 보류하고 그가 알아본 버스회사에서 12,000페소에 유우니행 버스티켓을 구매했다. 저렴하지는 않았지만, 선택권은 우리쪽에 없었다.



선영이는 버스정류장에 남아 짐을 지키기로 하고 나와 민철이가 유명한 호스텔 몇 곳을 체크하기로 했다. 저렴한 가격이지만, 아침, 점심, 저녁 세끼의 식사를 모두 제공해주는 엄청난 숙소였다. 도착하니 입구부터 사람이 바글거렸고, 역시나 방은 꽉 차있었다.

예상외로 비싼 가격의 깔라마 숙박비에 놀라 40여분간 열심히 발품을 팔아 숙소를 구해본 결과, 물망에 오른 숙소는 총 3곳이었다.


첫째, 주방이 없고, 와이파이 사용 가능.

둘째, 주방이 있고, 와이파이 사용 불가능.

셋째, 주방이 있고, 와이파이 사용 가능, 그러나 비쌈.

심사숙고 끝에 내일 새벽 5시 버스를 타고 바로 유우니로 넘어가니 비싼 숙소는 필요가 없었고, 평소에도 와이파이 없이 잘 생활하는 사람들이었기에, 결국 둘째 조건의 숙소에서 묵기로 하였다. 그만큼 주방은 숙소 결정시에 중요한 요소였다.


주방을 선택하였으니 당연히 요리를 해먹어야만 했다. 점보마트에 들러 고기는 호쾌하게 장바구니에 담았지만, 야채코너 앞에서는 다들 우물쭈물이었다. 과연 상추를 구매하는것이 합당한 선택인가에 대해 갈등중이었다. 돈도 돈이었지만, 과연 상추라는 존재가 필수적으로 고기를 먹음에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작은 고찰이었다. 장고 끝에, 상추값을 1/3으로 나누면 한사람 한사람에게 큰 부담은 아니다. 라는 결론에 다다른 순간 우리는 상추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상추하나를 앞에 두고 고민하는, 그만큼 가난한 여행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저렴한 와인 한병까지 사니 소소하지만 고기를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식사가 완성될 것 같았다.


숙소 주방을 쓰려하니 주인 아주머니가 식기가 있는 곳을 알려주고는 우리 뒤에 서서 팔짱을 '탁'끼고 서있었다. 아주머니께 웃으면서 들어가도 된다고 했지만, 그녀는 우리를 못 믿는 눈치로 '여기에 있겠다'라 하였다. 사소한 움직에에도 이렇게 저렿게 해라 참견이 들어왔고, 가위를 사용하면 가위질 하는 방법을, 칼질을 하면 칼질 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이러다가 숟가락으로 밥먹는 법까지 알려줄 기세였다. 요리가 끝날 때까지는 그녀는 우리 옆에 붙어서 시종일관 잔소리를 했다.

'시어머니가 있다면 이런 느낌인건가?'


요리가 모두가 끝나서야 주인아주머니는 자리에서 사라졌다. 설거지를 꼭 하라는 이야기도 빠뜨리지 않았다. 

상에 올려놓고 보니 고기의 양이 엄청났다. 성인 남자 4명이 먹어도 될 양이었다. 서로 배가 많이 고프니 밥도 양껏하였는데 아무래도 음식을 남길듯 했다. 와인 한병을 다 마시고 맥주로 간단하게 한잔 더 하자고 하여 우리가 맥주를 사러 나간 사이 선영이는 설거지를 했다. 한참을 마시다 민철이는 피곤하다며 먼저 올라갔고, 설거지를 끝낸 선영이와 이야기를 나누며 하나둘 주워먹다보니 어느새 그 많은 음식이 모두 사라져있었다. 마지막 접시를 깨끗하게 비우고, 작은 3인실 방으로 함께 올라갔다. 

새벽 5시 버스였으니 적어도 새벽 4시20분에는 일어나야했다. 서로서로 먼저 일어나는 사람이 깨워주기로 하고 알람을 맞췄다.


2014. 06.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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