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 분수대에 도착하니 멀리서 한 무리의 한국사람들이 나를 향해 걸어왔다. 총 4명의 일행으로, 남자 1명과 여자 3명이었다. 반갑게 인사했다.
한 명의 남자는 터키로 온 교환학생이었다. 앙카라에 있는 대학교를 가기 전 4일 간 관광을 할 것이라 했다. 키도 크고 얼굴도 작았다.
두 명의 여자는 자매로 12일간의 터키 일정이었다. 그녀들을 볼 때마다 나와 동생이 함께 한 인도 여행이 떠올랐다.
마지막 한 명의 여자는 나와 연락이 닿은 여행자였다. 딱 부러지는 성격이었으며 여행도 많이 다닌 것 같았다. 꽤나 오랜시간 같이 여행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뭔가 미묘하게 여행 스타일이 맞지 않았다.
나를 포함한 다섯명 중 가장 여행 준비를 많이 한 사람은 교환학생으로 온 남자였다. A4용지에 1일차, 2일차, 3일차 일정으로 나누어 빼곡하게 적혀있는 이스탄불 여행일정은 설렁설렁 인도에서 건너온 나에게 이스탄불이 이렇게 갈 곳이 많나 싶게 만들었다. 물론 같이 다니면서 그 곳을 모두 볼거라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하지 않았다.
우리는 처음 관광지로 블루모스크를 갔다.
블루모스크는 압도적인 웅장함이 있다. 오스만 제국 시절 술탄이었던 아흐멧 1세에 의해 지어진 이 건물의 정식 명칭은 술탄 아흐멧 모스크지만 현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블루 모스크란 별명으로 부른다.
지금까지 아시아를 여행하면서 대부분의 건축물들이 외관은 아름답지만 속은 볼 것이 없었는데 블루모스크는 다르다. 안쪽 역시 관리가 잘 되어 있으며 아름답게 장식되어있는 수많은 스테인드 글라스는 저절로 감탄을 이끌어낸다. 입장료가 무료라는 것이 미안할 정도로 관리가 잘 되어있다. 돈을 받더라도 꼭 한번쯤은 들어가 볼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블루모스크 건너편에는 아야소피아 성당이 자리잡고 있다. 무려 5세기 성당으로, 술탄 아흐멧 2세에게 점령당하면서 이슬람사원으로 바뀐 곳이다. 1900년대 초대 터키 대통령이 박물관으로 바꾼 이후 현재까지 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따. 이 곳은 블루모스크와 다르게 입장료를 받았다. 공짜로 들어 갈 수 있는 블루모스크 + 아야소피아 입장료로 25리라라 생각한다면 그다지 비싸지 않은 가격이다.
안으로 들어가니 이 곳 역시 관리가 잘 되어 있다. 우리의 머리 속에 있는 '박물관'의 이미지처럼 다양한 유적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야소피아 자체를 하나의 유적으로 본다면 이 곳은 가장 관리가 잘 되어 있는 유적이자 박물관임에는 이견이 없다.
2014. 02.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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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07 - [여행/세계일주, 중동] - 터키 이스탄불. #55 이스탄불 유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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