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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기./13~14, 세계일주, 중동

터키 이스탄불. #55 이스탄불 유랑기.

by 지구별 여행가 2016. 1. 7.

블루 모스크와 아야 소피아 성당을 보고 난 후 그들은 지하 수로를 구경간다 했으나 나에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잠시 헤어져서 근처 은행에서 인출한 1500리라를 숙소에 보관해 놓고 분수대로 돌아왔다.


잠시 자리에 앉아 있으니 많은 사람들이 다가왔다. 하나 같이 자신들의 투어 상품을 소개하는 현지인들이었는데 내가 그들의 말을 잘 들어주어서였는지 거진 한 명당 3분정도를 나에게 투자했다. 아마 내가 투어상품을 살 것이라 생각했나보다. 나는 그저 심심해서 이야기를 나눴을 뿐인데. 30여분을 기다린 끝에 일행을 다시 만났다.






길 한복판에 선로가 놓여있어 항상 주변을 두리번 거리면서 다녔던 기억이 있다.





나오자마자 그들은 나를 톱카피 궁전으로 끌고 갔다. 톱카피 궁전의 입장료는 무려 40리라. 거진 2만원 돈이다. 마침 일정 자체가 너무 강행군이라는 생각이 있었기에 이번에도 잠시 일행들과 헤어졌다. 




좁은 골목길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다 외곽으로 나오니 흑해가 보였다. 눈에 밟히는 벤치 한 곳에 앉아 글을 쓰고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분주하지 않은 그들의 발걸음을 보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만나기로 약속한 시간이 다가왔기에 자리를 떠나 다시 톱카피 궁전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공원으로 향했다. 속으로 '이 곳을 마지막으로 먼저 숙소로 돌아가야겠다' 결심을 했지만 그들 역시 오늘 일정자체가 힘들었는지 20여분만에 공원 산책을 마칠 때 쯤 숙소로 돌아가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해변을 따라 돌아오면서 교환학생 남자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하나하나 기억에 남지 않지만 그가 여행자였다면 나와 잘 맞았을 것 같다는 느낌이 머리 속에 박혀있다.




잠깐의 휴식을 취한 후 저녁을 같이 먹기로 약속했기에 그들의 숙소 앞으로 향했다. 그들은 자신의 숙소를 최대한 정확하게 설명한다고 했겠지만 나는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심지어 우리가 저녁을 먹기로 한 식당을 먼저 찾았다. 안으로 들어가 나 홀로 자리를 잡아 앉았다.


그 순간, 나의 시선을 끄는 사람이 있었으니.


'여신'


이라는 단어가 아깝지 않을 정도의 여인이 내 테이블 건너편에 앉아 있었다. 태어나서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을 본적이 있나 싶을 정도의 미모였다. 눈이 호강한다는 말이 거짓이 아님을 알았다. 



단 한순간도 눈을 떼지 못하고 그녀를 쳐다보았다. 아담한 키에 히잡을 쓰고 있었지만 히잡 따위로 그녀의 미모를 숨길 수 없었다. 몰래 카메라로 찍고 싶었지만 카메라에 미쳐 담지 못할 미모였기에 이내 카메라를 가방에 넣었다.

그녀는 가족들과 식사 중이었는데 내가 도착했을 때 이미 식사가 끝난 듯 금세 식당을 빠져나갔다.

이 날 이후 세계에서 가장 예쁜 여인이 있는 나라는 어디냐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나는 단연코 '터키'라 떠벌리고 다녔다.


여신에게서 아직 빠져나오지 못했을 무렵 일행들이 식당안으로 들어왔다. 내가 숙소를 못 찾는 듯 하여 혹시나 해서 들려봤단다. 혼자 온 여자 여행자가 옥상에 가서 블루 모스크를 보면서 저녁 식사를 하자 했지만 미칠 듯한 터키의 추위에 모두가 반대했다. 뷔페식으로 먹기 위해 서로 다른 메뉴 6가지를 시켜 같이 나눠먹었다.


밤의 블루모스크는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몇 장의 사진을 찍다 맥주를 한잔 하러 가기로 하였다. 근처 레스토랑이 모두 술을 팔고 있었지만 한잔에 6000~7000원 정도 하는 부담스러운 가격에 조금 외곽으로 나가 저렴한 현지 술집을 찾기로 했다.




몇 명의 현지인들에게 몸짓과 발짓으로 물어본 끝에 우리는 현지인들이 많은 술집에 갈 수 있었다. '많다'가 아니라 사실 우리만 외국인이었다. 

우리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자리에 앉아 있던 노신사들은 '이 곳을 어떻게 왔냐'는 표정으로 우리를 쳐다봤으며 종업원 또한 당황스러웠는지 몸짓 발짓과 터키어로 우리를 맞아주었다.

서로 아름다운 몸의 언어로 대화한 끝에 우리는 2층 구석에 있는 조용한 자리를 배정받을 수 있었다.


2층은 4개의 테이블이 있었고 공간은 크지 않았다. 4개의 테이블 중 우리 테이블을 제외하면 단 하나의 테이블에만 손님이 있었는데, 두 명의 노신사가 텔레비젼을 보면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에페스 5잔을 시켰고 안주를 파는지 팔지 않는지 조차 알 수 없었기에 따로 시키지 않았다.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술집이라 가격이 많이 쌀 줄 알았지만 레스토랑에서 파는 맥주값과 2리라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두 노신사는 자신들이 아는 몇 개의 영어단어를 조합하여 우리에게 먼저 말을 걸어왔다. 자신들이 먹던 술을 보여주며 터키의 전통주라 이야기했다. '라키'라 불리는 이 술은 물에 타먹는 술인데 도수가 50도에 달했다. 역시 투명한 술은 무섭다. 우리에게 조금씩 맛을 보라며 따라줬지만, 맛은 없었다.


에페스를 다 마시고 한참동안 밤길을 걸어 숙소에 돌아왔다.

긴 하루였다.


2014. 02.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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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07 - [여행/세계일주, 중동] - 터키 이스탄불. #56 굿바이, 보조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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