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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기./17, 일본, 교토

평범과 휴식, 그 사이 어딘가. #3 시간을 내어 자전거를 타봅시다.

by 지구별 여행가 2017. 5. 21.

2박 3일이라는 시간이 참으로 짧긴 짧았다. 벌써 여행 아니, 관광의 마지막 날이었다. 비행기 탑승시간이 오후 6시이니 여유롭게 움직여도 될 것이라 예상했지만, 늦어도 1시간 전에는 공항에 도착해야했고 숙소에서 교토역까지 가는 시간, 기차를 기다리는 시간, 기차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등을 계산하면 오후 2~3시쯤에는 숙소에서 나와야만 했다. 그다지 여유있는 시간은 아니었다.






오전 8시에 짐을 싸놓고 체크아웃을 하려하는데 와카가 보이지 않았다. 카운터에 적힌 전화번호로 연락을 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2층 계단 앞에 짐을 두고 나왔다.

교토역으로 가는 도중 어제 밤에 서양여자애가 자전거를 빌린다고 한 것이 생각났다. 대여비가 500엔이었는데 이나리신사 왕복 지하철 비용만해도 500엔이었으므로 자전거를 타고 움직이는게 효율적이었다. 숙소로 다시 돌아가 그 사이 출근한 와카에게 3~4시간만 자전거를 빌리겠다하니 무료로 빌려주었다. 굳은 500엔으로 샌드위치를 사 먹으면 되겠다 싶었다.

교토에 와서 주의깊게 자전거 타고다니는 사람들을 살펴봤는데 우리나라처럼 기어가 있는 자전거가 아닌 일반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자전거의 생김새도 비슷했는데 일본 영화나 애니메이션에 자주 나오는 자전거 모양이었다. 내가 빌린 자전거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꼭 교토시민이 된듯 하였다. 





신사 입구에 노점이 줄지어 서있는 것을 보니 길을 제대로 찾아온 듯 했다. 나름 오전에 일찍 방문했다 싶었는데 사람이 정말 많았다. 지금까지 일본에서 방문한 관광지 중 밀도로 보면 사람이 가장 많은 관광지였다. 안쪽에서는 행사가 진행중이었는데 하얀 옷을 입은 사람이 백여명정도 있었고, 가마같은 것에 종을 달고 있었다. 더 안쪽은 관광객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기에 들어갈 수 없는 것이 아쉬웠다.


신사의 경계를 구분짓는 도리이를 통과하여 들어가니 영화 '게이샤의 추억'에 나왔다는 수백개의 도리이 행렬이 나를 맞았다. 영화를 보지는 않았지만 어떤 느낌으로 찍혔을지 느낌이 왔다. 동영상을 찍는동안 베터리가 없어서 카메라 전원이 꺼졌다. 가방을 찾아보니 베터리가 보이지 않았다. 설마 바보같이 숙소 가방에 두고왔나 싶어 이러저리 찾아보니 여권을 넣어놓던 작은 주머니에 들어있었다. 베터리를 깜빡했다며 자책한 내 자신을 달래주었다.

끝없이 펼쳐진 붉은 도리이를 따라 올라가니 갈림길이 하나 나왔다. 산길로 더 올라가면 교토의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겠지만 이후 가려던 니시키 시장은 포기해야했다. 올라가봤자 어떤 모습이 펼쳐질지 대략 예상이 되는 이 곳에 투자하기에는 니시키 시장의 모습을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충분히 붉은 도리이 행렬은 즐겼기에 왼쪽의 하산 길을 선택하였다.

중간중간 보이는 묘지와 사원에 들러 구경을 한뒤 산사로 내려오니 전통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행사를 진행중이었다. 이나리신사의 관리인이 무려 3명이나 투입되어 NO PHOTO라는 글자가 적힌 피켓을 들고 서있었기에 사진은 찍을 수가 없었다. 잠시 눈으로 구경 후 신사를 빠져나왔다.









3일간의 교토여행은 모든 것이 완벽했지만 사실 하나가 부족했다. 바로 음악이었다. 평소 엠넷으로 음악을 들었는데 무제한 요금제를 쓰는게 아니다보니 스마트폰 전용 다운로드 후 음악을 감상했는데 나는 당연히 핸드폰에 음악을 다운 받아놓는 것이라 생각했었다. 허나 인터넷이 안되면 음악이 재생되지 않았다. 어느 관광지에 가던 그에 맞는 음악을 들었더라면 감동이 배가 될텐데라는 아쉬움이 항상 짙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자전거를 타고 시장으로 가기 위해 작은 강가를 끼고 달렸는데 잔잔하지만 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음악이 깔렸더라면 훨씬 풍성했을 것이었다.







일본 물가가 비싼 편이기도 하지만 시장 내부의 먹거리는 비쌌다. 번잡함은 존재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깔끔한 것이 역시나 일본스러운 시장이었다. 타코야키를 파는 노점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기에 맛집인가 싶어 하나를 주문해 먹었다. 가격이 비싸지 않아 사람이 많은 듯 하였다. 안에 문어는 없었지만 마요네즈를 뿌려먹으니 나름 먹을만 하였다. 시계를 보니 어느새 12시였다. 친구가 부탁한 선물도 사야했기에 숙소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어제 저녁에 교토 시내에 있던 큰 사원의 문이 열려있었기에 잠시 구경을 하고 숙소로 돌아가 자전거를 반납했다. 



간사이 공항에서 하루카-이코카 패스를 사면 1,500엔이 충전된 이코카 카드를 받는데 보증금 500엔을 환불받으려면 무조건 1,500엔을 다 사용해야만했다. 이코카 카드를 0원으로 만들기 위해 편의점에 들어가 삼각김밥을 하나 들고 이코카 카드를 찍으니 역시나 잔액이 부족하다는 소리가 났다. 아르바이트생에게 현금을 보여주며 나머지 금액을 내겠다고 이야기하니 완전 귀찮은 표정으로 '에에에에에에엥?' 소리를 내며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이런 감탄사를 실제로 쓰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어로 대충 설명을 해주어도 손을 휘휘 져으며 'NO English'를 외쳤기에 계산을 포기하고 밖으로 빠져나왔다. 나중에 또 오사카에 올 일이 있겠지라는 생각에 그냥 한국으로 들고 가려는데 1층에 편의점이 하나 더 있었다. 혹시나하여 삼각김밥을 들고 다시 도전해보니 이번에는 어여쁜 직원이 나의 의중을 단번에 파악하고 이코카 카드에 남은 92원을 남김없이 소진시켜주었다.



플랫폼에 들어가니 기차가 시간에 맞춰 들어와 있었다. 간사이 공항행 하루카는 수많은 사람들의 추억을 싣고 간사이 공항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물론 나의 2박 3일 교토여행의 추억도 함께 실려있었다.



2017. 0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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