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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기./16, 베트남

베트남 유랑기. 하노이. #14 마지막에 만난 그는 프로였다.

by 지구별 여행가 2017. 5. 23.

더운 날씨 때문에 말그대로 개고생을 한 여행이었지만 한국에 돌아갈 날이 다가오면 아쉬운건 어쩔 수 없는 듯 하였다. 마지막 날인만큼 친구와 나는 각자 여행을 하기로 하였다. 그는 마사지를 받으며 일상의 피로를 날리고, 기념품 가게에서 선물을 산 후 여유있는 커피한잔을 즐기러 떠났다. 나와는 전혀 달랐다.








박물관을 돌아 호치민 묘소까지 가는 루즈한 루트로 움직였다. 베트남의 근현대사는 프랑스 식민전쟁, 남북전쟁을 비롯한 중국과의 국경전쟁 등 전쟁과 함께 한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입구에서부터 전투기, 탱크 등으로 전시가 가득했다. 사람이 그다지 많지는 않았는데 안을 구경하면서 인터넷으로 이 날의 역사에 대해서 조금 더 공부하고 방문했더라면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았다.근처에 있는 레닌 동상에서 음료를 파는 아주머니의 음료 한잔을 마시니 갈증이 해소되었다. 

호치민은 베트남인들이 호아저씨라 부를만큼 베트남 사람들에게 친근한 이미지이자 삶에 절대적으로 녹아져있는 존재였다. 호치민의 묘소와 박물관이 따로 전시되어 있길래 호치민 묘소 쪽으로 갔는데 경찰이 제지하면서 근처에 다가가지 못하도록 하였다. 

주변에 구조물을 설치하고 있었는데 그 때문인지 아니면 원래 호치민 묘소에는 다가갈 수 없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혼자 뚜벅뚜벅 걸어가다가 제지를 당하니 얼굴이 붉어졌다. 주변의 가이드와 함께 온 여행자들이 멀찍이서 사진을 찍는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나보다. 잘 가꾸어진 박물관 내부는 깔끔했으나, 그다지 인상깊었던 곳은 아니었다.






이 두곳을 다 봤으니 딱히 갈 곳은 없었다. 주변에 있는 호수를 크게 한바퀴 돌아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보타닉가든이 보여 잠시 안으로 들어가니 소액의 입장료를 받기에 외국인인 나만 받나 싶었는데 내 뒤에 따라오던 현지인들에게도 요금을 받았다. 호주 하비베이에 있는 보타닉가든에 비교해도 뒤쳐지지 않을 정도로 관리가 잘 되어지고 있었다.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커플 몇몇이 햇볕을 피해 그늘 밑에서 두 손을 꼭 잡고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가장 안쪽에서 현지인에게 동양의 무술을 하사받는 외국인을 잠시 구경하다 다시 호수쪽으로 길을 나섰다.







호수는 햇빛이 반사되어 눈이 부시게 만들었다. 더운 날씨에 잠시 휴식을 취하는데 한 현지인이 다가와 인사를 했다. 영어가 너무나 능숙한 그는 자신을 학교의 선생님이 소개하더니 몇 가지 설문조사에 응답을 해줄 수 있는지 물었다. 관광객의 베트남 만족도 조사라는 것이었는데 워낙 능숙한 솜씨로 펜과 종이를 내 손에 쥐어주었다. 나도 모르게 어느새 땅바닥에 주저앉아 설문지를 작성하고 있었다. 

내가 작성을 하는 동안 그는 자신의 배낭에서 주섬주섬 노트를 꺼내 많은 사람들의 글이 담겨있는 노트를 보여주었다. 뭔가 느낌이 쎄했다. 아주 고전적인 수법이었다. 기부금 내역이 적힌 노트였다.

그는 정말로 능숙했다.

오늘이 베트남에서의 마지막 날이었기에 많은 돈은 없었다. 밥 값과 공항에 돌아갈 교통비, 몇가지 필요한 것들을 구매하면 사실이 0원이었다. 그러나 그는 대단히도 집요했다. 또한 집요하면서도 절대 사람의 심기는 건들지 않는 묘한 스킬을 갖고 있었다. 프로였다. 왠만하면 돈을 주지 않는데 도저히 그에게 돈을 주지 않고서는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얼마있지도 않은 돈을 그에게 주었지만 그는 자기가 기대했던 돈보다 훨씬 적었는지 표정이 싹 굳었다. 후다닥 돈을 받아들고 자신의 노트와 펜을 챙겨 자리를 떠났다.








숙소로 돌아오니 친구의 표정이 아주 밝았다. 만족할만한 휴식을 취한 듯 하였다. 그가 오기 전 나와 여행스타일이 비슷하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가 나와 여행 방식이 다르고 충분히 즐거운 여행을 했다 표현하니 그것으로 만족했다.

한국으로 가기 전 마지막 식사는 분짜를 먹고 가고 싶었다. 인터넷에 아주 유명한 집이 있다하였지만, 인터넷 맛집 따위는 믿지 않고 한국인이 맛있다고 하는 집은 대부분 현지식이 아닌 외국인 입맛에 맞춘 퓨전식이었기에 믿음이 가지 않았따. 하지만 이 곳은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곳이라 하였기에 한번 가보기로 하였다.

식당에는 역시나 한국 사람이 두 테이블이나 있었다. 서로 짧은 기간동안의 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모든 베트남에서의 일정이 끝났다. 해는 어느새 져 있었고, 말없이 버스를 타니 어느새 공항이었다. 

특별히 말은 없었다. 서로 조용히 자기 자신만의 여행을 품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2016. 0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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