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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기./13~14, 세계일주, 아시아

태국 방콕. #16 다시 돌아온 방콕. 그 곳은 축제중!

by 지구별 여행가 2015. 7. 22.

 

형은 한국인게스트 항스를 가기 원했다. 그 동안 만나지 못했던 한국사람들과 여행 이야기도 하고 왁자지껄하게 놀고 싶은 눈치였다.

나도 한국 숙소를 선호하는 편이기 때문에 불만은 없었다. 처음 만났을 때의 미묘한 감정의 벽만 넘어가면 그렇게 정이 많은 사람들도 없다. 오랜만에 새로운 사람들도 만날 겸 형의 의견을 따랐다.

 

아침 7시. 아직 이른 시간이었는지 게스트하우스 문이 닫혀있었다. 짐을 둘 곳이 없으니 게스트하우스 앞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다 구석에 앉아 잠을 자고 있는데 누가 나를 깨웠다. 관리자인 듯 했다. 방이 있는지 물어보니 도미토리 한자리만 남았단다.

나야 다른 숙소로 가서 자면 되니 이 곳을 형한테 쓰라하고 옆의 한인 게스트하우스로 갔다. 안을 보니 무난한 도미토리였지만 가격이 300밧으로 도미토리 치고는 너무 비쌌다.

처음 방콕와서 지냈던 숙소가 개인룸 120밧이었던 것에 비하면 비싼편이었다.

결국 예전에 잤던 곳으로 가기로 마음먹었다.

 

 

약 3주 전에 잤던 게스트하우스 주변은 전반적으로 가격이 저렴했다. 방콕을 처음 왔을 때 잤던 숙소를 가봤지만 남는 방이 없다 하였다. 어쩔 수 없이 바로 옆 일본인이 운영하는 100밧 도미토리를 찾아갔다.

 

밖에서 보는 외관은 오래되고 허름해보였으며, 게스트하우스 안 투숙객의 90%는 일본인, 10%는 국적불명의 히피들이었다. 숙소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대마 냄새가 확 났다.

주인이 내가 쓸 방을 소개시켜줘서 안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이 자고 있었고 내가 쓸 침대 윗침대 여자 여행자만 깨어 있었다.

나를 일본인으로 착각했는지 일본어로 인사를 했지만 나의 'Hi'라는 대답에 관심없다는 듯 'Hi'하고 대답만 해주고 다시 누웠다. 내가 들어오니 옆에 침대에서 웃통을 벗고 자고 있던 일본 남자애들이 그제서야 일어났다. 눈을 비비며 탱탱 부은 얼굴로 나에게 인사했다.

 

 

형과 나는 점심을 먹을 겸 조금 늦게 만나기로 해서 숙소를 구경할 여유가 있었다.

방 안의 침대는 총 4개, 2층 침대였으니 사람 8명이 들어갈 수 있는 방이었다.

나를 제외한 투숙객은 5명이었다. 내 윗 침대를 쓰는 일본 여자애, 방금 막 일어나 부스스한 3명의 일본 남자들, 한명은 어디를 갔는지 짐만 있고 얼굴을 보지 못했다. 그녀는 내가 밖을 나간 사이 체크아웃을 한 듯, 새벽에 돌아오니 짐이 사라져있었다.

 

일본인 3명은 아시아를 함께 여행하는 친구사이라 했다.

어디가 좋았는지 물어보니 태국 방콕이 첫 나라, 첫 도시란다. 풍기는 아우라는 거의 1년은 되보였는데... 이 숙소에서 2주쯤 머물렀던 그들은 곧 치앙마이로 넘어갈 예정이라 했다.

 

내 윗 침대를 쓰는 일본 여자애는 이런 마초적인 곳과 어울리지 않는 얼굴이었다. 예뻤다는 뜻이다.

영어를 잘 못해서 간단한 이야기만 나눴다. 일본 남자애들 말로는 자기네들보다 더 오래 있었단다. 엄청 깔끔떨고 까탈스러울 줄 알았는데 이런 후질근한데서 생활을 잘 한다니 약간은 의외였다.

 

 

게스트하우스의 각 층 계단마다 화장실이 있었고 그 앞에 흡연실이 있었다.

그 곳은 언제나 대마를 피는 일본인들로 가득했다. 주인도 딱히 말리지 않는 듯 했다.

화장실의 샤워시설은 더 재밌었다. 변기와 샤워실이 한칸으로 붙어 있는데 한 물줄기에서 변기로 들어가는 물과 샤워기로 나오는 물로 나누어졌다. 물론 깨끗한 물이지만 씻을 때마다 뭔가 찝찝했다.

 

상당히 느낌있는 숙소였다. 앞 글자가 'M'으로 시작하는 게스트하우스니 싸고 어디서나 잘 즐길 수 있다면 한 번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일본인 3인방이 같이 밥을 먹으러 가자 했지만 일행이 있어서 만나야 한다 이야기 하고 밖으로 나왔다.

저녁에 술 한잔 하자 하여 일단은 'OK'를 했다.

 

 

형과 나는 왕궁을 보러가기 위해 나섰다. 그러나 왕궁으로 가다말고 방콕 박물관을 갔다. 개인적으로 방콕박물관 아주 만족스러웠다.

박물관 백날 가봐야 돌맹이들이랑 화살이니 청동검이니 이런게 대부분인데 방콕국립박물관은 볼것이 아주아주 많다. 빠르게 본다해도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린다. 많은 사람들이 박물관 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겠지만 한번쯤 들려보면 괜찮은 곳이다.

 

 

상아로 만든 예술. 섬세함의 끝이다. (코끼리야 미안해...)

 

방콕박물관은 사진이 많아 따로 꼭지를 배서 박물관 사진만 올렸다.

밑의 링크

 

2015/07/22 - [지구별 한바퀴 - 세계일주/아시아] - 사진. 태국 방콕 박물관.

 

 

 

박물관 구경을 하느라 왕궁은 가지 못했다. 별로 후회는 없었다. 가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박물관을 나와 카오산로드로 돌아가는 길에 버스를 타고 돌아가기로 했다. 너무 오래 걸어서 다리가 아팠다.

 

카오산 로드 행인지 주변 사람들한테 확인하고 버스를 탔는데 다시 확인할 겸 돈을 받는 사람한테 '이 버스가 카오산로드를 가냐'물어보니 그가 태국말로 뭐라뭐라 이야기했다. 도통 알아들을 수 없으니 멍하게 그를 쳐다만 보는데 다행히 영어를 할 줄 아는 아저씨가 '카오산 No, No'라 소리쳤다.

결국 버스에서 내려 버스를 두번이나 더 타고서야 카오산으로 돌아왔다.

 

 

카오산로드 뒷편은 축제중이었다. 저녁도 먹을 겸 축제 장소를 가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축제를 구경 중이었다.

맛있는 꼬치들이 종류별로 다양하게 팔리고 있었고 한쪽에서는 사람들이 행위예술을 하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혹은 음악을 연주하면서 소정의 공연비를 받아갔다. 몸짓, 붓질, 음표를 따라 나도 즐겼다.

 

볼 것은 많은 축제였으나 할 것은 없는 축제였다. 사람들의 발길을 잡아 놓을 만한 무언가가 없었다. 흥에 취해 가던 축제의 시작길은 금방 마지막 상점에 도착했다. 다시 들어가서 좀 더 구경할까 했지만 그다지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저녁을 맛있는 꼬치로 먹었다는 점, 재밌는 공연 몇 가지를 봤다는 점에 만족했다.

 

 

 

초저녁, 축제모습. 

 

 

거리의 악사

 

 

거리의 꼬마 악사.

 

 

전통공연 인 듯.

 

 

여자 MC. 내 카메라로 그녀들의 미모를 저정도 밖에 담지 못했다는게 죽을 죄다.

 

 

행위 에술가.

 

 

같이 다니던 일행 형을 캐리커쳐 해주는 길거리 화가.

 

노래를 아주 잘 부른 멋진 길거리 밴드. 왼쪽에 남자 정우성처럼 생겼었다. 정말정말 잘 생겼었다.

 

 

 

형은 내일 카오산로드를 떠나 유흥문화를 즐기기 위해 다른 곳으로 숙소를 옮긴다하였다.

나는 딱히 관심도 없었고 별로 큰 돈을 쓰고 싶지 않아 카오산에 눌러 앉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오늘이 형과 나의 마지막 밤이었다. 라오스 전체의 일정을 같이 보냈으니 형이 떠나는게 아쉬웠다.

형네 숙소에서 간단히 맥주를 한잔 하기로 했다. 잠깐 숙소에 올라갔다 내려오더니 숙소에 혼자 있는 사람이 있어서 같이 나왔다며 한명의 남자를 데리고 왔다.

 

그의 행동은 하나하나 무언가가 어색했다.

마치 '여행지에서는 이렇게 해야 자유로워 보인다'라는 책을 읽고 온 것 같아 보였다. 무언가 행동을 하면서 항상 '여행지에서는 이렇게 해야 멋있지', '나 정말 여행을 너무 잘 즐기는 것 같아'라는 약간은 오글거리는 (오글이라는 단어를 굉장히 싫어하지만 이 것 말고 정확하게 표현 할 수 있는 느낌이 없다.) 말을 했다. '날라리가 되고 싶은 모범생'이 떠올랐다.

그는 우리와 맥주를 조금 더 마시다 한국에서는 항상 11시 반 전에 잤다면서 11시쯤 먼저 들어갔다.

 

형과 나는 맥주를 한잔 더하기로 했다. 그 때 누군가 '헤이~'그러면서 내 어깨를 툭 쳤다. 방콕 한복판에서 누가 내 어깨를 치지 하고 보니 우본랏차타니에서 방콕행 버스를 살 때 매표소에서 만난 오스트리아 인이었다.

큰 키에 다부진 체격을 가진 그는 언제나 나긋나긋한 말투로 이야기했다. 우리는 밤버스를 사고 그는 낮버스를 사서 같이 이동하지 못했는데 여기서 보니 굉장히 반가웠다.

 

우리는 근처 바로 옮겨 술을 한 잔 더 마시기로 했다.

나와 그 친구는 재밌었는데 형은 별로 재미없는 듯 보였다.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다 먼저 들어가서 잔다했다.

형을 먼저 들여보내고 우리는 새벽 2시까지 술을 마셨다.

 

 

 

키도 크고 마음 씀씀이도 컸다.

 

슬슬 여행자의 천국 카오산로드에 매력을 깨달아 가기 시작했다.

 

13. 12. 28

 

다음이야기

 

2015/07/23 - [지구별 한바퀴 - 세계일주/아시아] - 태국 방콕. #17 동남아 국제거지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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