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늘 하루 되는 일이 없다.
텔아비브 공항에 내려서 비행기표 날린 것을 잊어버리고 이스라엘 여행에 집중하기 위해 노력했다.
입국심사대에 도착하여 속으로는 짜증이 났지만 최대한 생글생글 방글방글 웃으며 입국심사대 직원과 마주했다.
'이름?'
'정원.'
'국적?'
'한국.'
'입국 목적?'
'여행.'
'숙소는?'
'아직 정하지 못했고 올드시티 내의 숙소를 잡을 것이다.'
'이스라엘에 아는 사람이 있나?'
'없다.'
잠시 동안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저~쪽으로 가서 기다리라며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녀의 손에 나의 여권은 없었다. 여권만큼 중요한 것이 없기에 여권을 달라하니 무조건 저쪽으로 가란다.
이런... 개...
그 곳에 가서 주변을 살펴보니 사람이 많았다. 왜 이 곳에 있냐 물어보니 입국심사 탈락자란다. 정말 짜증이 머리 끝까지 올라왔다. 시간을 아끼려고 비싼 티켓 사서 왔더니 이게 무슨 봉변인가 싶었다.
금방 끝나겠지 싶어 잠시 앉아 있는데 한 미국인이 여권을 달라며 정말 '지랄'을 떨고 있었다. 안에 입국심사원이 그를 부르더니 금새 처리하고 그는 밖으로 나갔다. 나 역시 이 타이밍에 '지랄'을 한번 떨어야지 싶어 발동을 걸고 있는데 한 명의 여자가 오더니 소리를 지르며 입닥치고 모두 자리에 앉으란다.
기 싸움에서 졌다. 입닥치고 의자에 앉았다.
사람들은 방안의 사람이 이름을 부르면 들어가서 1:1 인터뷰를 했다. 짧지도 않았다. 대략 10분이 넘게 떠들었다.
심사원들은 중간중간 커피도 마시고 수다도 떨었다. 밖에서 사람들이 기다리는 것은 신경도 쓰지 않는 듯 했다.
대략 2시간 쯤 기다렸을까. 도저히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어서 방에 들어가 빨리 심사를 해달라했지만 아무 말 없이 나가라고만 이야기했다. 정말 재수가 없었다.
약 3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사람의 수는 줄지가 않았다. 누군가 인터뷰를 통과하고 게이트를 빠져나가면 그 사이 통과하지 못한 사람들이 이 곳으로 와서 또 기다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테네를 경유하여 새벽에 도착해 기다리는 동안 한 숨 자고 인터뷰를 할 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방문이 열려있기에 내 여권을 찾아보니 한 쪽에 따로 빠져있다.
뭔가... 잘 못 됐나...? 여기서 '지랄'을 하면 왠지 연행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이때부터는 더 이상 까불수도 없었다.
한 참을 기다려서야 내 차례가 되었다. 얼굴에 화를 잔뜩 머금고 들어갔지만 그녀는 미안하단 말도 하지 않았다.
'왜 입국을 하냐?'
'여행을 하러 왔다.' 속으로 이게 3시간동안 앉혀놓고 할 질문이냐 라는 생각밖에 없었다.
'숙소는 정했냐?'
'아직 안 정했다.'
'왜 아웃티켓이 없냐?'
'육로로 요르단으로 이동할 것이다. 언제 떠날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5일 안에 떠날 것이다.'
3시간의 기다림 끝에 가진 인터뷰 자리였지만 이 질문이 끝이었다. 정말 1분만에 끝났다.
그녀는 아무일 없다는 듯이 엑스트라 스탬프를 줬다. 솔직히 더 열받았다.
게이트를 통과하고 나니 오후 6시 반이었다. 오늘 일정은 이미 망가져버렸다. 10만원이나 비행기 값을 더 주고 밤에 숙소비만 지불하게 된 꼴이었다.
일단 공항 밖으로 나가기 위해 짐을 찾는데 한 쪽에 가방이 산처럼 쌓여있었다. 아마 입국심사대를 통과하지 못한 사람들의 가방 같았다. 가방을 뒤져 걸레처럼 구겨져있는 내 가방을 들쳐메고 공항을 빠져나왔다.
예루살렘으로 바로 가기 위해 버스를 수배해보니 63셰켈, 1년만에 40셰켈이 올랐단다. 믿을 수 없기에 주변 사람들한테도 물어보니 그 가격이 맞다며 다들 벤에 올라탔다. 너무나 비싼 가격이라 공항 직원에게 물어봐서 로컬 버스를 찾아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를 갈아타야하는 귀찮음은 있었지만 가격이 대략 15셰켈 정도로 저렴했다. 버스에서 만난 여학생이 환승할 곳을 잘 알려주었기에 쉽게 예루살렘으로 향할 수 있었다.
올드시티에 도착하여 55셰켈의 도미토리를 찾아 짐을 풀었다. 닭장과 같은 수준이었지만 다른 곳은 가격이 너무 비쌌다. 하루종일 일이 풀리지 않아 짜증이 났지만 내일부터의 일정을 위해 비아돌로로사와 예루살렘의 간단한 역사를 공부하고 잠을 청했다.
2014. 02. 20
다음이야기.
2016/01/19 - [여행/세계일주, 중동] - 이스라엘 예루살렘. #73 통곡의 벽, 비아돌로로사를 걸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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