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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바라나시4

인도 바라나시. #47 아프다... 아파 죽을 것 같다. 어느 날 부터인가 머리가 조금 띵한게 몸에 힘이 없었다. 안나푸르나라 산행에서의 피로감이 이제서야 나타나나 싶었다. 오랜시간동안 한국을 떠나있었기에 물갈이나 음식문제는 아닐 것이었다. 몸의 어딘가가 고장났다는 신호였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술을 먹을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한 잔씩 마셨고 낮에는 가트에 앉아 사색에 빠지곤 했다. 적어도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었다. 그러나 점점 잠이 늘기 시작했다. 평소같으면 아침에 모닝 짜이를 한잔하러 나갈테지만 눈을 떠보면 10, 11시가 넘는 시간이었다. 점점 일찍 피곤해지고 아침에 늦게 일어나기 시작했다. 점심에 일어나도 몸이 젖은 수건마냥 축축 쳐졌다. 병원을 갈까했지만 그때까지도 심각성을 알지 못했다. 괜찮아지겠지. 좀 지나면 낫겠지. 그것이 화근이었다. 점심 때쯤.. 2015. 12. 21.
인도 바라나시. #44 나는 약쟁이가 아니야. 네팔 룸비니 대성석가사에 있을 때다. 아침 공양 후 미숫가루를 먹는 나에게 한 명의 아주머니가 다가왔다. 그녀는 열심히 '픽쳐 픽쳐'라 말하며 나에게 사진기를 넘겼다. 그러곤 스님의 옆으로 가 자세를 취했다. 한국사람인 나는 벙쪘다. '사진 한장 찍어주세요'도 아니고 '픽쳐 픽쳐'라니... 정신을 차리고 손에 카메라를 쥔 채로, '네 사진 찍어드릴께요'라 대답했다. '우와 한국말 잘하시네~ 여기서 일하시는 분인가? 호호호호호호' 나를 전혀 한국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 듯 했다. 사진기를 돌려주며, '저 한국사람이에요' 했더니, 아주머니는 옆의 남자에게 말했다. '하하하 농담도 잘하네~ 한국어 잘 배웠다. 호호호호' 옆의 남자는 눈치를 챈 듯 미안한 표정을 지었지만 아주머니는 끝까지 내가 한국사람이란 것을 .. 2015. 12. 16.
인도 바라나시. #43 바라나시의 하루는 언제나 짧다. 유유자적. 바라나시는 그런 곳이다. 막상 가면 할게 없다. 호불호가 이렇게 극심하게 갈리는 여행지가 또 있을까 싶다. 관광지를 찾아다니고 괜찮은 호텔과 깔끔한 식당을 선호하는 여행자라면 여긴 지옥과도 같다. 거리에는 똥이 넘쳐나고 어느 가게를 들어가도 음식의 위생은 신뢰가 가지 않으며 호텔은 고사하고 쾌쾌한 냄새가 나지 않는 방을 찾으면 다행이다. 그러나 바라나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바라시에서의 하루는 짧다. 아무생각 없이 강을 보기에도 시간이 짧고, 짜이를 마시며 사람들하고 이야기해도 어둠이 금방 찾아온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게스트하우스 안 사람들과 금새 친구가 되어 술도 한잔 마시고 여행일정을 수정하여 전혀 새로운 곳을 가기도한다. 음식은 얼마나 맛있는지 손으로 싹싹 긁어 먹어 언제나 사람들의 손톱은.. 2015. 12. 15.
인도 바라나시. #42 갠지스강이 품은 도시, 바라나시에 도착하다. 누가 나에게 '나 시간이 남아서 여행 좀 다녀오려 하는데 어디가 제일 좋았어? 추천 좀 해줘'라 물어본다면 과거에는 무조건 인도였다. 내가 처음 인도를 다녀온 2012년에도 자이살메르 옆 작은 마을 쿠리에서 성폭행사건이 터지는 바람에 여행이 주춤하긴 했었다. 허나 인터넷 인도 카페에서 성추행이나 성폭행 심심치 않게 올라오는 요즘, 인도는 무법천지의 이미지가 되어버렸다. 더이상 여행지로서 쉽게 추천할 수 없는 나라이다. 특히 여자들에게는 더욱더. 그러나 만약 누군가가 '나에게' 여행지 중 좋았던 곳을 꼽으라면 두 말 않고 인도를 꼽는다. 언제나 재밌고 그 나라만큼 사람구경하는 것이 재밌는 나라도 없다. (물론 사람구경이 동물 구경하듯 본다는 표현이 아닌 것은 다들 알 것이다.) 뭐랄까. 사람 사는 맛이 느.. 2015. 1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