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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12

칠레 푸콘. #171 사랑이 듬뿍 담긴 도시락 체크아웃 시간은 오전 10시였지만, 산티아고행 버스 출발 시간은 저녁 8시였다. 굉장히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만 했다. 어디를 멀리 가보자니 버스 시간이 애매했고, 근처를 돌아다니자니 갈 곳이 없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밖에는 한바탕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숙소에 있는 것 외에는 좋은 방법이 없어보였다. 나중을 위해 미리미리 예능동영상들을 다운 받아놓았다.점차 밖으로 나가는 횟수도 줄었고 귀찮음이 늘었다. 사진을 찍는 횟수도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다시 한번 슬럼프가 온게 분명했다. 장기 여행중 슬럼프는 종종 찾아오는 일이기에 어느정도 감안은 했지만, 그 텀이 예전에는 길었다면, 근래에는 주기가 조금씩 짧아짐이 느껴졌다. 슬슬 돌아갈 때가 된 것을 육체와 정신 모두가 느끼고 있었다. 부정하고 싶었지만, .. 2017. 12. 25.
칠레 푸콘. #169 연속되는 작은 행운들 정말 아침이 차려져있었다. 고작 빵 몇개 꺼냈고 몇개의 소스와 잼을 테이블에 올려놓는게 뭐 힘드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정해진 아침식사 시간 전에 떠나는 단 한명의 여행자에게 이런 선의를 배품은 참으로 고마운 일이었다. 모두가 자고 있는 그 시간, 천사 호스텔의 이름모를 직원덕분에 여유롭게 토스트와 차 한잔을 마신 후 나올 수 있었다. 내가 꼽는 몇 안되는 최고의 숙소 중 하나였다. 청소상태같은 기본적인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오소르노행 버스를 타자마자 깊은 잠에 빠졌는데 눈을 뜨니 아르헨티나 입국심사소였다. 잠에서 덜 깨 이 곳이 아르헨티나인지 칠레인지 헷갈렸다. 옆에 앉은 예쁜 여성 두명은 내릴 생각을 안했다.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일단은 내려 도장을 받았다. 다행히도 여권을 보니 아르헨.. 2017. 11. 29.
아르헨티나 바릴로체. #166 과연 스위스는 어떤 존재인가? 한글자 한글자 꾹꾹 열심히 눌러 적은 그녀의 손편지를 읽은 후에 가방 한쪽에 잘 넣었다. 바릴로체행 버스는 오후 4시 30분이었기에 그 전까지 엘 칼라파테 도시의 모습을 조용히 구경하면서 일정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날씨가 쌀쌀해서인지 길거리에 사람들이 돌아다니지는 않았다. 후지민박은 엘 칼라파테에서도 가장 외곽에 위치하고 있었기에 바깥쪽의 호수를 잠시 구경하러 가기 좋았다. 저 멀리 새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무언가를 하고 있었지만 너무 멀어서 보이지는 않았다. 골목을 쏘다니며 조금은 쓸쓸해보이는 풍경을 몇 장 사진으로 담았다. 3시반까지 바릴로체에 대해서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체크아웃을 했다. 잠시 린다비스트에 들러서 사모님께도 인사를 드렸다.버스터미널에는 바릴로체로 가는 여행자가 많기를 기대했지만, 나를.. 2017. 11. 12.
아르헨티나 엘찰튼. #163 뜨레호수의 빙판을 씹어먹다. 미동도 없이 잠든 나를 보고 형들은 이 놈이 죽었나 싶었단다. 이른 아침부터 라구나 뜨레에 갈 예정이었는데 의견이 조금씩 갈렸다. 형들은 호수를 다녀왔다가 밤버스를 타고 엘 칼라파테로 넘어가고 싶어했고, 나는 엘 찰튼에서 하루를 더 자고 내일 아침에 일찍 엘 칼라파테로 돌아가고 싶었다. 이유는 돈 때문이었다. 밤버스보다 낮버스가 저렴했고, 엘 칼라파테 숙박비보다 엘 찰튼 숙박비가 저렴했다. 호수에 가기 전까지 계속 꼬시니 결국 내 의견을 받아들였다. 뜨레호수는 피츠로이 트래킹보다는 훨씬 수월한 길이기에, 어제의 피로가 풀릴때까지 느긋하게 쉬다가 정오무렵 산행을 시작했다.막 입구에 들어서 올라가려는데 근처 카페에서 '어이~ 한국사람들~' 하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엘 칼라파테에서 만난 어르신 부.. 2017. 10.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