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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6

볼리비아 코파카바나. #192 통행료의 섬, 오만정이 떨어지다. 만일, 코파카나의 해가, 바람이, 흙이 너무 아름다워 다른 곳으로 떠날 수 없을지도 모르니 간단한 세면도구와 며칠간 갈아입을 옷을 챙겨 보트에 올라탔다. 트래킹을 하기에는 어깨가 무거웠지만, 혹시나 갈아입을 옷이 없어서 섬을 빠져나온다면 최악의 상황이었다. 8시반쯤 출발하는 배였지만 우리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8시 40분쯤 담배를 다 태운 항해사가 작은 배를 출발시키려하니 그제서야 설렁설렁 외국인들이 걸어나왔다. 어찌 이다지도 볼리비아타임을 정확히 알고 있는지. 대략 10~20분이면 섬에 도착하는 줄 알았는데 약 2시간여를 달려 10시 30분이 되어서야 섬에 도착했다. 우리는 이미 오랜시간 같이 여행을 했기에 서로간의 여행 이야기는 들을만큼 들은 사이였다. 2시간동안 이야기의 주된 주제는 한국으로 돌아가.. 2018. 8. 12.
볼리비아 라파즈. #182 내꼴을 보고도 소매치기를 하다니. 라파즈는 생각외로 도시가 아름다웠다. 아침 7시전후의 이른시간이라 그런지 조용하며, 차분한 느낌이 도시 전체를 휘감고 있었다. 어젯밤 사라진 내 신발, 더럽고 찢어진, 외적인 미관을 포기한 그저 발을 감싸는 기능만을 충실하게 실행하는 신발은 버스앞쪽 어딘가에 찌그러져있었다. 숙소는 이미 알아둔 상태였기에 지도 어플을 켜고 가는데 숙소 앞 작은 골목에서 사건이 발생했다.꽤 나이가 많아보이는, 수염도 더부룩한게, 세상 상식으로 보면 노숙자로 보이는 남자가 차로 한가운데에 널부러져있었다. 우연찮게도 내가 지나가는 그 타이밍에 현지인 두명이 어디선가 뛰어나와 나를 부르며 노인을 돕자고 하였다. 그냥 무시하고 가면 별일 없겠지만, 아무리 봐도 길 한복판에 누워있는 노인이 위험해보였고, 그들의 눈빛에 뭔가... 진.. 2018. 4. 29.
볼리비아 유우니. #181 운이 따르는 남자. 파업이 풀렸다. 대략 10시쯤이 되니 자연스럽게 눈이 떠졌다. 투어를 할 계획도, 맛있는 음식을 먹을 계획도, 어딘가를 가봐야할 계획도 없었다. 그저 포토시로 넘어가는 버스가 있는지 없는지 파악하는 것이 일정의 전부였기에, 점심먹기 전까지 숙소에서 뒹굴거렸다. 경진이 누나와 만나서 어제 유우니에서 찍은 사진을 공유한 후 아베니다 호텔 앞으로 가서 이 파업의 현장을 뚫고나갈 그룹을 모집했다. 그러나 전혀 모이지 않았다. 이미 나갈 사람은 몰래 운영되는 지프를 타고 나간듯하였고, 파업이 심해져서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은 점점 줄었다. 관광객은 눈에 띄게 줄어든 상황이었다.마지막으로 다시 찾아간 버스회사 앞에서 서양인 둘이 380불에 지프를 구했다며 함께 가자고 했지만, 비싼 가격에 우물쭈물하다가 함께 갈 타이밍을 놓쳤다. .. 2018. 3. 26.
칠레 푸콘. #170 사람도 없고, 할것도 없는 그 동네 유명 블로거가 남미 최고의 여행지 몇 곳을 꼽는다면 푸콘을 그 중에 하나로 뽑는다는 말에 혹하여 넘어온 곳이 푸콘이었다. 거기다가 바릴로체에서 산티아고로 바로 가기에는 거리도 멀고 뭔가가 아쉬워서 들렀지만, 나에게는 별로였다. 11시까지 푹 잠을 자고 일어났다. 어찌나 배가 고픈지 어제 먹다남은 빵 모두와 왕감자 2개를 삶아 먹었다. 감자가 삶아지는동안 거실에 앉아 핸드폰을 보고 있는데 주인아주머니가 방에서 나왔다. 앞뒤 내용도 없이 문단속만 잘하고 나가라며 쿨하게 집을 나서셨다. 오래있을 예정도 아닌 지역이었기에 하루종일 시간을 내어 주변을 좀 둘러보기로 했다. 푸콘의 대표적인 관광코스는 화산트래킹이지만 에티오피아처럼 붉은 마그마를 보는게 아닌, 뭉게뭉게 연기가 나는 지역까지만 가서 구경하는 것이기에 .. 2017. 12.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