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구별 여행기./12, 인도

Welcome to India. #22 뭄바이 - 3

by 지구별 여행가 2017. 5. 5.

흥미진진한 인도여행의 마지막 날이 벌써 다가왔다. 나름 여행의 마지막날이었기에 오전부터 일정을 타이트하게 잡았다. 먼저 도비가트를 가기 위해 버스에 올라탔다. 이미 알아본 버스정류장에 가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나의 목적지를 듣지도 않고 차장 아저씨가 다짜고짜 올라타라며 나와 동생의 등을 떠밀었다. 몸에 힘을 주어 잠시 버티고는 '이거 도비가트 가요?'라고 물어보니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에이, 맞겠지 뭐. 버스에 올라탔다.

그러나 우리는 몰랐다. 뭄바이에 도비가트가 3개나 있는지. 물론 똑같이 빨래를 하는 도비가트지만 실제로 도비가트의 전경을 볼 수 있는 곳은 우리가 미리 알아둔 도비가트 밖에 없었다. 우리가 가려던 곳과는 다른 도비가트였기에 다시 버스를 타고 처치게이트로 돌아와서 열차를 이용해 움직였다.



뭄바이는 열차가 상당히 잘 연결되어있는데 값도 아주 저렴하다. 열차내에 남자 칸과 여자칸이 나뉘어져있는데 좁디좁은 세상만 살아오던 나에게 열차가 남자와 여자칸이 나눠져있을거라고는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그냥 아무칸이나 탔는데 아주머니가 이 곳은 여자 칸이라 이야기를 해주고 나서야 알았다. 주위를 돌아보니 정말 모두 여자였다. 남자칸으로 옮기면서 혹시나 동생이나 내가 잘 못내려 헤어지는 일이 있을까봐 걱정이 되었다. 주머니에 갖고 있던 돈을 양분하고 무슨 일이 있으면 동생은 역에 가만히 있고 내가 찾아나서기로 약속하고 나서야 남자칸으로 옮겼다. 칸을 옮기고보니 남자칸에는 여자가 많이 탔다. 이럴 줄 알았으면 동생을 데리고 남자칸에 탈걸 그랬지 싶었다.




Mahalaxmi역에 내리면 다리위에서 도비가트를 볼 수 있는데, 말그대로 산떠미같은 빨래속에 평생을 사는 사람들을 보니 마음이 참 그랬다. 도비가트의 뒤로 보이는 고층의 빌딩과 대조되는 모습 또한 무언가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안타까운 느낌이었다. 예전의 인도사람들이야 현생에 덕을 쌓아야 윤회를 통해 더 나은 삶을 산다 믿겠지만, 젊은 청년들 또한 그런 생각을 과연 갖고 있을까. 단어 자체부터 웃기다. 불가촉천민. 미친 세상이다. 

다리위에서 외국인들이 연신 사진을 찍어댔다. '누가 만약에 나를 구경하기위해 멀리서 날아와 사진을 찍는다면 느낌이 어떨까' 기분이 더러울 것 같았다. 왔다갔다는 증표로 사진을 한장만 찍고는 도망치 듯 다리에서 빠져나왔다.

Mahalaxmi역에서 두 정거장만 이동하면 Grant Road역이 있는데 근처에 간디박물관이 있다는 말에 잠시 들르기로 했다. 허나 볼 것은 전혀 없다. 그냥 지나칠껄 생각했다. 그나마 근처에 있던 빵집에서 먹은 초콜렛 케익이 너무나 맛있었기에 기분이 풀렸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낮은 폭염이였으므로 도저히 돌아다닐만한 날씨가 아니었다. Eros 극장으로 대피하여 영화를 보았다. 제목은 기억이 나지 않는데 여주인공이 예쁘지 않았기에 잠을 잤다.

한낮의 태양이 조금 고개를 숙였을 때, Charni Road역에서 가까운 초우파티 해변을 들렀다. 해변은 해변인데 해수욕장이라 하기보다는 그냥 바다가 보이는 쉼터라 표현하는게 더 가까울 듯 하다. 바다를 구경하며 우리의 마지막 인도에서의 태양이 사라져가는 모습을 보았다. 마지막 여행지가 이 곳이었으며, 마지막 밤을 맞이하는 곳 역시 이곳이었다. 여행중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스쳐지나갔고, 그러면서 집으로 돌아가기가 싫었다. 하지만 여기서 떠나야 평생 아름다운 추억을 갖고 지낼 수 있을테니 이만 아쉬움을 털고 돌아가야만 했다.








숙소로 돌아가는 중 엄청난 기합소리가 들리는 건물에 들어가보니 태권도가 한창이었다. 생각치도 못한 만남이었다. 이 날 처음으로 내가 태권도를 배우지 않은 것이 후회되었다. 사범으로 보이는 사람이 함께 태권도를 하자 하였지만 부끄러운 내 모습을 보여줄 수 없었기에 슬금슬금 뒷걸음질쳤다.

마지막 날까지 하나하나 아끼고 싶지 않았기에 배가 터질때까지 먹기로 하였다. 기념품으로 쓸 지폐 몇장과 비상금을 빼고는 모두 음식을 주문했다. 배가 터질때까지 먹었다.





숙소에 맡겨두었던 짐을 찾고 공항으로 가는 열차를 타니 정말 가는구나 실감이 났다. 역에서 내려 릭샤를 타면 금세 도착할 수 있는데 공항으로 가는 도중 릭샤꾼이 말을 걸었다.

'우리는 이제 친구야'

'오! 그래 우리는 친구야!!'

'친구니까 돌아가는길에 팁좀 주고 가'

'아 그럼 친구니까 릭샤비 좀 깍아주면 안돼?'

그는 그 이후 입을 다물었고 조용히 공항까지 데려다주었다.


새벽 4시 비행기, 뜬눈으로 밤을 새웠고, 그 곳에는 우리와 같이 소중한 추억을 들고 돌아가는 사람들이 한가득이었다.


.

.

.


깨끗한 거리, 조용한 동네, 차분한 사람들, 추운 겨울, 반가운 가족. 아쉬움을 한아름 안고 우리는 다시 한국에 돌아왔다.


2/2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