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구별 여행기./13~14, 세계일주, 남미

콜롬비아 산힐. #221 동굴투어? 아니, 동굴탐험.

by 지구별 여행가 2019. 6. 6.

여행사 앞으로 가니 나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투어 시스템이 각기 다른 여행사에서 사람을 모으더라도 투어를 진행하는 곳은 한 두곳이  동굴투어를 할 사람들은 투어 장소에서 만나겠지 생각했다.

여행사 안의 쇼파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는데 직원이 나를 불렀다. 그러더니 지나가는 버스에 태웠다. 안을 슬쩍 보니 여행사 버스가 아니라 일반 버스였다. 안탄다고 버티며 직원에게 이게 뭐냐고 물어보니 일단은 타고 가라고 버스안으로 밀어넣었다. 그리고는 버스기사와 투어회사 직원이 몇 마디 나누고는 문이 닫혔다.


뭐지...? 목적지도 모르고, 왜 가이드는 없는거고, 더 이상한건 왜 여행객이 한명도 없는 일반 버스를 타고 가야하는거냐고. 머리속으로 정리가 안되어 버스기사에게 물어봤지만 스페인어로 이야기하니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알아들은 영어 단어는 단지 'Wait'뿐이었다.

체념하고 그냥 동네 버스 투어라 생각했다. 시내 외곽을 벗어나니 뭐 그런데로 볼만한 경치였다. 기사가 뭐라고 소리치더니 버스가 섰다. 나를 불러서는 내리라고 했다. 이번에는 아까와 달리 버티고 안내리니 어떤 건물을 하나 가리켰다. 저기로 가라는 것 같았다.

몰라... 이렇게 된거 일단 내리자.


건물안에서 사람 한명이 반갑게 인사했다. 여행사가 맞긴 맞는듯 했다. 짐을 한쪽에 놓으니 밖에 있는 사람을 따라가라고 했다. 얼마 걷지 않아 그가 보여준 것은 작은 구멍과 연결된 사다리였다. 잠시 그를 잡고 다른 여행객들은 어디있는지 물으니 그제서야 말해주었다.

'오늘 동굴투어는 너 혼자해'


어제 여행사 아저씨가 동굴투어중 두개의 선택지를 줬는데, 난 어려우며 물이 많은 코스를 선택한게 기억이 났다. 솔직히 그냥 동굴투어를 사기당했다고 생각했다. 아무리봐도 투어를 할만한 동굴도 아닌 것 같았고, 여행객이 한명도 없는게 말이 되냐고. 당시에는 이름도 모르는 동굴이라 나중에 찾아보니 인디오 동굴이라 불리는 것 같았다. 

예약을 하면서도 우리나라 동굴 관람같이 안쪽을 한바퀴 둘러보고 나오는 것인 줄 알았는데 이건... 동굴투어가 아니라 동굴 탐험이었다. 바닥에는 계속 물이 흘렀고, 포복과 좌우로 밀착을 통해 움직여야만 했다. 그리고 갑자기 물이 가득찬 통로를 앞에 두니 잠수를 하라고했다.

잘 정비된 동굴투어를 생각했던 나는 계속 계속 깜짝 깜짝 놀라고 있었다. 잠수를 하고 이어져있는 밧줄을 잡고 나오면서,

'그래 이게 진짜 동굴 투어구나. 미쳤다. 너무 재밌다...' 싶었다. 

입구에서 사기당했다고 속으로 욕했던 것을 취소했다.


동굴 안을 열심히도 쑤시고 다녔다. 다양한 종류의 암반이 나오면 나를 붙잡고 스페인어로 설명해주는데 도대체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몰랐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듣는 척을 해주니 신이나서 더 열심히 이야기했다. 그럴수록 더욱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골반 높이쯤 되는 곳에서 물이 콸콸 쏟아져 나오는 곳에 도착하니 이 곳이 동굴탐험의 마지막 종착지라 하였다. 앉아서 물을 몸으로 한껏 느끼고 왔던 길을 따라 올라갔다.


한참 돌아가는데 가이드가 잠시 멈추라더니 랜턴을 꺼보라고 하였다. 불을 끄면 박쥐떼가 나를 물어뜯고 공격할 것 같은 망상에 빠져 주저하니 자기가 먼저 렌턴을 껐다. 그리고 몇 초 있다가 나도 껐다.

진정한 암흑이었다. 너무 깜깜해서 엄청난 이질감이 들었다. 무서웠지만 가이드보다 먼저 렌턴을 킬 생각은 없었다. 옆에서 뭐라고 계속 스페인어로 떠들었지만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말을 다 끝낸 가이드가 다시 렌턴을 키면서 나보고 용감한 남자라고 했다. 


다시 건물로 돌아와서 샤워를 하고 미리 준비해둔 옷으로 갈아입었다. 트래킹화의 상태를 보니 앞코가 곧 벌어질 듯 했다. 약 1년간 엄청난 스트레스를 버텨온 신발이었으니 그럴만도 했다. 얼마남지 않은 여행 조금만 더 버텨주기를 바랬다.

가이드와 몇 마디 나누니 내가 내렸던 반대쪽에서 버스가 오고 있었다. 진한 포옹을 한 후에 헤어졌다.


오늘의 일과는 이 것으로 충분했다. 굳이 다른 것을 할 필요가 없었다.


#사진은 한장도 없다.


2014. 07. 29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