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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기./18, 말레이시아

아기자기하고, 거대하고. 말라카. #2 아기자기한 말라카의 맛.

by 지구별 여행가 2019. 1. 20.

고작 식빵 몇개와 딸기잼밖에 없는 아침식사지만, 필히 먹어둬야만 속이 든든했다. 혼자서 딸기잼을 바른 빵 8개를 먹고나서야 어제 남겨둔 말라카 여행의 반을 즐기러 나왔다.

구시가지만 본다면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을 좁은 범위였기에 구시가지를 넘어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특별한 목적지를 정하지 아니하고 길을 걷다가 중간에 환전을 위해 잠시 은행에 들어갔다. 어느새 공항에서 환전한 50달러는 거의 소진되어있었다. 나름 조금씩 썼다고 생각했는데 돈의 소진 속도가 생각외로 빨랐다. 앞으로 3일간 얼마를 더 사용할지가 애매했으므로 일단 100달러 한장과 한화 만원짜리를 환전하기로 했다.

은행안에서는 환전이 불가능했고, 옆 블럭의 다른 환전소를 알려주었다. 몇 발자국 걸어보니 이게 왠일. 환율이 어마어마하게 좋았다. 심지어 한화도 수수료가 거의 없이 처리가 가능했다. 내가 공항에서 했던 환전이 최악의 환전임을 다시 깨닫았다. 






강의 물줄기가 갈라지는 곳에 큰 쇼핑몰이 보였다. 더운 날씨를 잠시 피할 요량으로 안으로 들어가니 말라카 최대이며, 상도 몇번 받았다는 아쿠아리움이 있었다. 딱히 들어갈 마음은 없었고, 화장실을 이용하고 잠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러 온거였는데 순간적으로 아쿠아리움이 끌렸다.

금액은 33링깃, 비싸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완전 저렴하다 싶어 무작정 들어갈만한 가격도 아니었다. 그런데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아쿠아리움 입장권을 사고 있는 나였다.

이 곳은 성인을 위한 곳이라 하기에는 조금 애매했다. 아이랑 함께온 부모들이 대부분이었고, 성인들만 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규모도 말라카 최대라 하기에는 실망스러웠다.









대학교도 방문했다. 밖에서 사진만 찍고 돌아갈까 했지만 어차피 목적지는 없었기에 잠시 들르기로 했다. 시간이 점심먹을시간을 훌쩍 넘은 시간이라 점심식사 후에.

학교 앞 작은 식당에 앉아 어제와 마찬가지로 미고랭을 시켰다. 미고랭에 중독된 사람이라 그런것은 아니었다. 어제 밤에 먹었던 미고랭이 정상적인 미고랭인지 확인이 필요했을 뿐이었다.

결과적으로 이 곳도 별로였다. 어제 먹은 곳 보다는 훨씬 맛이나 양은 수준이 높았지만, 뼈조각은 여전히 씹혔고, 너무 짜서 먹기가 힘들었다. 그냥 원래 미고랭의 본토는 이렇게 먹는구나하고 넘어갔다.




학교 안으로 무작정 들어가는것은 큰 실례라 생각했다. 정문의 가드아저씨에게 안으로 들어가도 되는지 물어보니 시원한 미소로 허락해주셨다. 학교는 밖에서 보던것과 달리 상당히 작았다. 우리나라 대학처럼 학생들이 바글바글 돌아다니는 생기가 없었다. 학교운동장을 빼면 실제 건물은 두동이었으니 아무리봐도 분교 캠퍼스로 보였다.


학교운동장을 끼고 돌아나오니 저 멀리 꽤 큰 유적지같은게 보였다. 규모도 상당해보였고, 느낌상 힌두교 사원으로 보였다.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를 저 곳으로 정했다. 아주 멀어보였지만 아직 이른 시간이었기에 일단은 걷기로 했다.

작은 골목길을 따라 걸으니 집들에 가려져 어느새인가 건물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뭐... 대략적인 위치는 아니 걷다보면 다시 보이겠지 싶었지만, 이상하리만큼 건물은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약 40여분동안을 더 찾아봤지만 건물은 다시 발견하지 못했다.

뭔가에 홀렸나 싶었다. 죽이되든 밥이 되든 끝까지 걸어가볼까 하였지만 옛날이 내가 아니었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도저히 걸을 수가 없었다. 잠시 공원의 벤치에 앉아 고민을 해본 결과, 무작정 걷기에는 무모했다. 대략적인 위치라도 알면 힘을 내겠으나 건물을 찾는데에 소비할 시간과 에너지를 생각하면 돌아가는게 정답이었다. 나이가 들었나보다.





말라카 구시가지 내의 모스크는 규모도 작았고 문도 닫혀있었기에 지나치고 근처의 청훈텐 사원으로 들어갔다. 

조용한 실내분위기 속에서 몇몇의 사람들이 자신들이 모시는 신에 대한 예를 표하고 있었기에 조심스럽게 구경하는 도중 밖이 소란스러워졌다. 뭔일이지 하고 뒤를 돌아보니 휘양찬란한 삼륜차를 타고 한국인들이 단체로 내렸다. 가이드가 정렬을 시키고 조용히 구경하라 주지시켰지만, 말을 들을리가 없었다. 엄청난 소음과 함께 이미 사원내는 개판이 되어버렸다.


걔중에는 수녀도 있었는데 같은 종교인으로서의 배려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예배장에 무턱대고 들어가고 사람들이 예배를 하던 말던 사진을 찍고 큰 소리로 떠들었다. 수녀가 조용하고, 참하고, 나긋나긋해야한다는 구시대적인 고정관념이 아니다. 그 많은 사람중에 가장 예를 갖춰서 표현할수 있는 사람이 그런 행동을 한다는 점에 마음이 안타까웠다. 

조그마한 배려심도 없는 그들을 헤치고 나오니 한 아저씨가 먹다남은 음식물 쓰레기를 삼륜차 운전자에게 주는 모습까지 본 것이 그들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팁으로 메꾸면 된다는 생각? 아직까지 성숙치 못한 우리나라 모습의 단편이었다.

자그마한 매점에 앉아 시원한 음료수를 마시고 숙소로 돌아왔다.






말라카에서는 금요일, 토요일마다 야시장이 열린다. 존커스트릿을 중심으로 가장 큰 장이 열리고, 내가 머물던 숙소 근처에도 작게나마 장이 열렸다. 보통 동남아권의 야시장이라고 하면 명성에 비해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은데 여기는 꽤 큰편이었다. 

숙소 근처 야시장은 옷가지가 대부분이었기에 그다지 볼 것은 없었다. 길의 가장 끝에 식당 밀집지역에서 간단하게 저녁을 먹었다. 나시르막이라 써있어서 먹어봤는데 확실히 이 간이 매점에서 파는 음식은 부실부실했다. 에전에 블라디보스톡 바닷가가 보이는 쓰레기 식당에서 먹었던 음식이 떠올랐다. 물론 그 곳은 가격도 비싸고, 음식도 쓰레기였지만, 이 곳은 그나마 가격도 저렴했고, 음식도 못먹을 정도는 아니었다.


메인 야시장은 존커스트릿이었다. 입구부터 진짜 사람이 넘쳐났다. 코코넛을 까주는 쇼가 입구에서 관광객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저렇게 흥겨운 쇼를 보여주면 사람들이 코코넛을 하나 사먹을만 하였다.

안쪽으로 들어가니 별의별 잡동사니를 가득히도 팔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만능 걸레? 천? 같은거였는데 닦는 것도 슥싹슥싹 잘도 닦였다. 단연코 길거리에서 최고의 아이템이었으며 수많은 아줌마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사원의 널찍한 공간은 밤이 되면 시민들의 공용공간으로서의 기능을 했다. 많은 사원들에서 노래를 틀어놓고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춤을 배웠다. 뒤쪽의 모셔져있는 신의 작은 배려였다. 












시장내에서 처음으로 락사를 먹었다. 알싸하며 비릿한 시큼함이 일품인 이 음식은 말레이시아에 도착하기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드디어 먹어볼수 있었다. 나의 입맛과 아주 잘 맞았기에 이 날 이후의 1일 1락사를 할정도로 즐겼다.


약 2시간정도의 활기가 넘치는 야시장을 구경하고 밤의 강가를 구경하기 위해 강쪽으로 향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작은 유람선에는 사람이 가득했고, 곳곳에 자리잡은 맥주바에는 사람들이 기분좋은 표정으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간단하게 맥주를 한잔하고 돌아갈까 하였지만 왜인지 끌리지 않았다. 마땅히 들어갈만한 가게가 보이지 않은 것도 한몫했다.

숙소에서 마시는 맥주 또한 끌리지 않았기에 빈손으로 숙소로 돌아왔다. 내일 아침 일찍 쿠알라룸프르로 향하기 위하여 미리 짐을 싸놓고 잠이 들었다.


2018.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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