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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기./13~14, 세계일주, 남미

볼리비아 코파카바나. #191 월드컵은 더 이상 보지 않겠어.

by 지구별 여행가 2018. 8. 7.

아침부터 속이 더부룩했다. 밑으로는 방귀가 계속 나왔다. 아무래도 고산지대라 소화기능이 저하된 듯 하였다. 아침식사를 위해 이른 아침 나왔지만, 뭔가를 먹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형은 바나나로 아침식사를 대용했지만, 나는 그마저도 들어가지 않을것 같아서 아침식사를 걸렀다. 화장실에 장시간 앉아도 방귀외에는 나오는게 없었다.


어제 호스텔의 직원 말로는 7시반에서 8시 사이에 버스가 올거라했지만, 버스는 정확히 7시 반에 도착했다. 여행자 버스답게 시내 곳곳의 숨어있는 게스트하우스들을 들렀고 가장 마지막에 유리누나가 머무는 숙소에 들러 그녀를 태웠다.

얼마 달리지 않아 모든 여행자는 버스에서 내려 작은 강을 건너기 위한 보트에 올라탔다. 누군가의 정보로는 배에 탑승할때 여권을 제시해야한다고 하였지만 그런일은 없었다. 금세 강을 건너 누군지 알 수 없는 동상앞에 우리를 내려줬다. 

드디어 코파카바나로의 입성이었다.





숙소를 찾으러 다니는 중에 나미비아에서 만난 일본인 커플을 다시 만났다. 일정이 비슷하니 계속 만날수 밖에 없는 친구들이었다. 그들은 우리에게 아주 저가의 숙소를 추천해주었다. 몇 곳의 숙소를 둘러봤지만, 이만한 가격을 제시하는 곳은 단 한 곳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그들이 소개해준 숙소에 짐을 풀었다.


꽤나 크기가 큰 게스트하우스였지만 사람은 없는듯 하였다. 시내에서 먼 외곽에 자리잡고 있었기에 자기발로 찾아오기는 힘들어보이긴했다. 하지만 의지의 한국인들이 어찌어찌 찾아와 많이 방문했는지 입구부터 한국말로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크게 적혀있었다. 

와이파이는 안되었지만 저렴했고, 주방도 잘 갖춰져있었으며, 털털한 성격의 아주머니도 마음에 들었다.


코파카바나 중앙에는 높은 산이 있어서 마을 전경을 구경하기에 좋아보였다. 간단히 점심을 먹고 올라갈까 하였지만, 고산증세가 점점 심해지는지 몸에 아무런 힘이 없었고 입맛이 없는게 나른했다. 무리했다가 며칠 몸져눕느니 휴식을 취하는게 좋을거 같아 숙소로 돌아와 일기를 썼다.




오후 3시쯤 중요한 볼일이 있어서 시내로 나왔다. 월드컵이었다. 이 경기를 라이브로 보기 위해 그 이른 아침부터 코파카바나행을 서둘렀다. 분위기가 좋은 카페에 자리를 잡고 축구경기를 관람했는데 괜히 봤다 싶을정도로 처참한 경기내용이었다. 전반전이 3-0으로 종료되어 자리를 털고 일어나려는 순간, 손흥민의 1골로 추격을 불씨가 되살아났다. 그러나 곧 4-1로 변했고, 구자철 선수의 만회골로 4-2가 되었지만 역전은 불가능해보였다.

벨기에전은 안보기로 했다.


코파카바나를 방문하는 모든이들은 태양의 섬을 방문할 목적으로 왔다하더라도 과장이 아니다. 그만큼 남미 여행지 중에 유명한 곳중에 하나였다. 내일 하루종일 태양의 섬 트래킹을 할 예정이므로 보트티켓을 구매하고 낮에 가지 못했던 코파카바나 전망대에 올랐다. 

상당히 가파르게 조성된 길 위에서 숨을 헐떡거렸지만, 꼭대기의 전망은 어마어마하게 좋았다. 얼마전부터 계속 여행지마다 마주쳤던 어여쁜 외국여자도 어느샌가 내 옆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녀를 본건지 풍경을 본건지 헷갈려하며 가파른 길을 다시 내려왔다.









사람들이 모이면 저녁식사는 대부분 풍성해진다. 숙소에 체크인하기전 주방을 점검할때 봤던 압력밥솥을 이용해 닭백숙을 해먹기로 했다. 오랜만에 몸보신이었다. 기분이 좋아져 무리해서 질 좋은 소고기와 각종 야채를 사왔다. 시장의 위생은 믿음직스럽지는 않았지만, 뜨겁게 먹으면 살균이 된다는 신념하에 엄청 큰 닭한마리를 35볼에 구매했다. 

시원한 맥주가 제맛이었겠지만, 남미의 저렴한 와인을 그냥 지나치는 어려웠다.


닭을 손질하고 압력밥솥을 열심히 닦고 두툼한 소고기를 짜르는 동안에도 주인 아주머니는 우리 뒤에 있었다. 그러나 그다지 신경쓰지 않고 우리는 묵묵히 닭의 내장을 정리하고, 통마늘을 정성스럽게 까서 푹 고우니 식당에서 팔아도 손색없는 엄청난 모습의 닭백숙이 준비됐다.

닭이 얼마나 큰지 남자 둘과 여자 한명이 닭을 뜯어먹느라 소고기는 손을 데지도 못했다. 적당한 취기와 과한 포만감에 움직일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려 그자리에서 2시간여를 쉬다가 각자의 방으로 헤어졌다.


2014. 0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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