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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기./13~14, 세계일주, 북미

미국 라스베가스. #230 그동안 고생했다. 얘들아.

by 지구별 여행가 2019. 7. 16.

정갈하게 샤워를 했다. 어제까지만 하여도 한국으로 돌아간다는게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아침에 짐을 싸니 온몸에 실감이 났다. 하나하나 물건을 가방에 넣을때마다 그동안의 추억이 떠올랐다.


형은 아울렛에서 샀던 것들과 앞으로의 여행에서 필요없는 물품들을 분홍색 가방에 한가득 안고 왔다. 라스베가스에서 지나치듯 만났던 사람이었다면 대신 짐을 한국으로 들고가는거에 대해서 강력하게 거절을 했겠지만, 그는 믿을만한 사람이었다. 몇 백만원 어치의 물건이 든 가방을 거리낌없이 준 그도 나를 믿는 동생이라 생각한다는 뜻이었다.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하고 체크아웃을 했다. 이로써 여행에서의 마지막 숙소는 끝이 났다. 아프리카와 남미를 여행하면서 지쳐있었던 육체와 정신이 회복되어 다시 여행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정말 끝이었다. 

생각해보면 약간의 아쉬움을 남기고 떠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함께 그랜드캐년 투어회사를 들렀다. 나는 돈을 돌려받아야했고, 형과 동생은 투어일자를 확정해야만 했다. 투어회사에 도착해 매니저를 만나 메일을 보내주면서 상황을 물어보니 자신들도 알고 있다고 하였다. 업무상 실수라며 내 투어 금액은 취소해주었고 형과 동생은 원하는 날짜에 투어를 확정지을 수 있었다.

형은 굳이 공항까지 같이 가자고 했지만 꽤 먼거리를 걸어야만 했기에 정중히 거절했다. 공항과 시내로 갈라지는 길에서 헤어졌다. 좋은 사람과 마지막까지 함께 여행을 하여 즐거웠다. 한국에서 분명히 볼테지만 뭔가 마지막이라는 느낌에 살짝 눈물도 났던 것 같다.




공항에 들어서자마자 신발의 감촉이 이상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앞코가 순식간에 쩍~하고 벌어졌다. 신발도 오늘이 여행이 마지막날임을 알았나보다. 그간 버텨준게 여간 용한게 아니었다. 그저 신발이라는 무생물적 존재였지만 이 순간만큼은 사람과 같이 느껴졌다. 정성스럽게 포장을 하여 가방에 넣고 크룩스를 꺼내니 이 녀석 또한 상태가 만만치 않았다. 뒷축은 다 닳았고 가운데는 구멍이 뚫려있었다. 고무가 닳아서 구멍이 뚫렸으니 어마어마한 혹사였다.

가방도 눈에 들어왔다. 배낭 커버 없이 사용하다보니 떼를 탄 것은 물론이었고 바깥쪽에 달려있는 편의 공간들 여러곳에 구멍이 뚫려있었다. 예전에 식용류가 터져서 진 얼룩도 그래도였다. 


'그동안 고생했다. 얘들아'


솔트레이크에 도착하여 환승까지 여유시간이 50여분밖에 되지 않아 촉박했는데 다행히도 약 40여분정도 연착이 되면서 여유롭게 환승을 마무리했다. 도착시간이 늦어지면 휴스턴의 공항에서 지낼 시간도 줄어들게 되니 일석이조였다.


마지막 노숙, 여행의 마지막 밤은 나답게 노숙이었다.


2014. 0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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