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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기./17, 태국

급작스럽게 여행을 가라고 한다면, 방콕. #6 그곳스러운 마무리.

by 지구별 여행가 2018. 10. 7.

정말 죽을 것 같았다. 어제의 과음덕분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다. 원래 오늘의 계획은 짜투짝 시장에서 마음껏 사진을 찍는 것이었지만 도저히, 도저히 침대를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누차 이야기하지만, 방콕은 수없이 올 도시였기에 짜투짝 시장은 왕궁과 함께 다음 여행에서의 일정으로 미뤄두었다.


계속 뒹굴거렸다. 점심도 먹기가 싫었다. 체크아웃을 해야했지만 어차피 100바트 도미토리였기에 추가 돈을 물더라도 침대에서 뒹굴거리기로 했다. 3,000원과 숙취를 맞바꾼다면 그다지 큰 금액도 아니었다. 

약 2시쯤 1층으로 내려가니 어제 나와 함께 맥주를 마셨던 남자가 와있었다. 나에게 드림캐쳐를 선물로 주기 위해 왔단다. 말도 없이 찾아온것은 아니었고, 어제 드림캐쳐를 사기 전에 그와 몇 마디 나눴는데 그가 자신의 집에 있는 것을 선물로 준다고 하긴했었다. 정말 이른 낮부터 찾아올 것라고 생각하지는 못했기에 이른 아침 나가보지 않았었다. 

1층에서 나를 계속 기다렸단다. 혹시나해서 왜 위로 올라와보지 않았냐는 물음에 그는 '자기가 나의 시간을 방해할까봐' 밑에서 기다렸단다. 정말 미안하고, 고마웠다.

내손에 드림캐쳐를 꼭 쥐어주면서 다음에 언제 다시 또 방콕에 올 예정인지 물었다. 직장인이라 언제 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하니 아쉽다며, 나를 한번 꼭 끌어안고는 방콕의 좁은 골목길로 사라졌다.



기념품에 관심이 없는 나지만, 드림캐쳐정도는 사가고 싶었다. 집의 벽에 걸어놓는다면 꽤나 그럴싸한 인테리어 소품으로 쓸 수 있을듯 하였고, 이곳저곳 선물을 주기에도 나쁘지 않을듯 하였다. 

카오산로드로 나가 몇군데를 찾아보니 가격이 천차만별이었다. 정말 핸드메이든인지는 알 수가 없으나 상당히 고퀄리티의 드림캐쳐들이 전시되어있었다. 그러나 수제품이면 뭐하나. 요란하고 화려한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 나에게는 그저 그런 제품이었다.


무채색의 드림캐쳐를 찾는라 꽤 오랜시간을 소비하다가, 공장에서 찍어낸듯한 제품을 만났다. 작은 것은 50바트, 큰 것은 120바트로 아주 저렴했기에 흥정없이 3개를 구매했다. 하나는 동생네 집에 걸어두라고 주고, 하나는 친구에게, 하나는 내 방에 걸면 될 듯 하였다. 물론 내방에 걸어둘 것은 120바트 큰 것, 선물용은 50바트 작은 것이었다.



모든 여행을 통틀어 처음으로 마사지도 받아봤다. 내 몸을 만지는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에 그동안 마사지를 한번도 받지 않았는데 어차피 돈도 좀 남았고 여행에서 고생한 내 발의 피로도 풀어주고 싶었다. 발 마사지만 받았는데 생각보다 시원하지는 않았지만, 기분은 좋았다. 별로 시원하지는 않았기에 정말 아주 소액의 팁만을 얹혀주고는 마지막 방콕에서의 일정을 마루리했다.


공항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S1버스를 기다리는데 막차가 10여분 정도 지난 시점이었다. 어떤 다른 방법을 이용해서 공항을 가야하나 고민하던 중에,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아무리 생각해도 방콕의 운전기사가 버스 배차 시간을 정확하게 지킨다는게 말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담하는데 막차는 아직 절대로 오지 않았다는 강력한 느낌이 왔다. 기다리기로 했다.




약 20여분이 지나도 버스는 오지 않았다. 정말 이 버스는 칼처럼 시간을 지키는 버스였던가하며 택시 탈 고민을 하는데, 저 멀리서 버스가 들어오고 있었다. 그럼 그렇지. 정확하게 배차 시간이 지켜질리가... 짧은 태국여행의 마지막은 역시나 태국스러운 마무리였다.


2017. 0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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