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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기./18, 일본, 가고시마

그곳엔 기준이 있다. #2 가고시마의 모든 것을 보다.

by 지구별 여행가 2018. 7. 9.

조심스레 웰컴큐트패스를 긁었다. 혹시나 잘 못 긁으면 귀찮은 상황이 발생할까하여 핸드폰의 시계를 몇 번이나 다시 쳐다보고는 했다. 오늘은 많이 걸을 필요가 없었다. 아니 걸으면 걸을수록 손해였다. 최대한 교통수단을 이용하는게 오늘의 목표였다.

앞서 말했듯이 가고시마의 여행은 사쿠라지마 화산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사쿠라지마 페리 왕복, 아일랜드뷰 버스만을 이용하더라도 거진 '뽕'을 뽑을 수 있는 웰컴큐트를 잘 활용해야했다. 며칠전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와는 다르게 화창한 날씨덕에 화산은 제 모습을 보여주었다.



덴몬칸도리 앞에서 시덴을 타고 움직였다. 우리나라 지하철과 같은 시덴은 신호등을 하나 건널때마다 정차할 정도로 자주 섰다. 노면전차이기에 자동차 신호와 같은 신호를 받고 움직여 속도는 더욱 더뎠다.

페리는 자주 출항하는 듯 했는데 운이 좋게도 터미널에 도착하여 배에 타자마자 바로 떠났다. 뒤를 돌아보니 어제 잠시 방문했던 돌핀포트가 멀지 않았다. 사쿠라지마 여행을 끝내고 돌아와 저 근처 어딘가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화창한 날씨덕에 완벽한 자신의 자태를 보여주는 화산을 보기 위해 여행객들 대부분이 난간에 달라붙어있었다. 밖을 보지 않는 사람은 페리내 간이 우동집에서 우동을 먹느라 바빴다. 사람들 틈을 파고들어 거대한 화산을 구경했다. 종종 화산에서 나오는 연기를 볼 수 있다하였지만, 오늘은 잠잠했다. 

항구에 도착하니 '허벌나게 반갑소잉'이라는 현수막이 보였다. 누구의 작품인지 궁금했다.




아일랜드뷰 버스를 타기 전 잠시 사람들 사이에서 이탈했다. 약 20여분간 기다리기가 싫어 바다를 구경했다. 사진을 몇장 찍고 버스를 타러 돌아오니 어디서 다들 튀어나왔는지 줄이 엄청 길었다. 꽤 큰 관광버스가 와서 태워갈거라 생각했지만, 그냥 일반적인 버스가 왔다. 줄의 맨 끝에 있는 사람은 어쩌면 타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몇 곳을 지나지 않아 첫번째 관광포인트가 나왔다. 모두가 우르르 내리고, 우르르 탔다. 이 버스를 놓치면 약 1시간 이상을 다시 기다려야했기에 모두가 분주했다. 두번째도 마찬가지였다. 고작 3~4분 내외의 시간을 주었기에 정말 사진 한 두장 찍으면 바로 버스에 탑승해야만 했다. 

마지막으로 유노히라 전망대에 정차했다. 이 곳은 그나마 화산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포인트였기에 꽤 오랜시간동안 관광객들을 기다려주었다. 그러나 전망대가 전부였다. 주변을 갈만한 곳도 없었고, 화산 단 하나를 위한 전망대였기에 어쩌면 다른 곳보다 더 짧은 시간이면 충분한 곳이었다. 동영상을 한번 찍고는 사쿠라지마 화산 아일랜드뷰 관광을 끝냈다.












그냥 가고시마로 돌아갈까 하였지만, 사쿠라지마 관광센터에 잠시 들러 족욕을 하기로 했다. 아침부터 신발이 발에 맞지 않아 걸을때마다 왼쪽 발바닥에 극심한 통증을 느끼고 있었다. 따뜻한 물에 발을 풀어주니 훨씬 나아졌다. 손으로 대충 발에 남은 물기를 털고 사쿠라지마 관광센터안을 구경했으나 아주 조그마한 동네 박물관이랑 비슷한 느낌이었다. 안전모를 쓴 아이의 피규어만 기억에 남았다.


어젯밤 확인했을 때 돌핀포트의 음식점의 가격이 비싼편은 아니었다. 분위기가 괜찮아보이는 스시집들이 몇 곳 있었기에 느즈막한 점심을 먹기로 했다. 하지만, 도착해보니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모든 식당에 사람이 바글바글했고 대기줄도 길었다.

가고시마의 모든 것, 덴몬칸으로 무작정 걸었다. 가면서 괜찮은 스시집들을 한참 찾았지만, 단 하나도 발견을 못했다. 자존심 상하게도 인터넷을 검색하여 덴몬칸 근처에 스시집을 찾았다. 

교토에서 먹었던 스시집보다 크기도 큼직하고 먹음직스러웠지만, 가격은 그때에 비해 3배에 가까웠다. 배가 터질만큼 먹기에는 손이 떨렸다.



가고시마의 대표적 관광지를 두개 뽑으라면 사쿠라지마화산과 함께 센칸옌이 뽑힌다. 에도시대 싸스마의 영주가 지었다는데, 사실 그냥 잘 관리되어있는 공원이자, 안쪽의 공터로 가면 사쿠라지마 화산이 잘 보인다는 정도가 전부다. 

깊숙히 들어가니 낮에만 개방되는 산길이 있기에 올라가볼까 했지만, 성격상 이런 곳을 올라가면 절대 중간의 애매한 위치에서 내려오지 않기에 트래킹은 포기했다. 대신 풀내음이 가득한 한쪽 벤치에 앉아 음악을 들었다.











발의 통증이 더욱 심해져서 걷기가 힘들었다. 생각보다 쌀쌀한 날씨에 그래도 운동화가 낫지않을까 싶었지만, 슬리퍼를 신고 나오지않은것을 후회했다.

센칸엔을 크게 한바퀴 돌고 나오니 버스가 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사람들이 타길래 아무생각없이 탔는데, 이런. 버스를 잘 못탔다.

웰컴큐트패스로 탑승이 가능한 버스가 아니었다. 목적지에 도착해 웰컴큐트패스를 보여주니 기사아저씨가 엄청 짜증을 냈다. 이해를 못해서 멀뚱멀뚱 서있으니 옆의 할머니께서 내가 손에 들고 있는 종이는 안된다면서 동전 몇개를 보여주었다. 순간 당황하여 주머니속에서 돈을 찾는데 할머니께서 동전 몇개를 나에게 건냈다. 고마웠지만, 돈을 받을수는 없었기에 감사하다는 표현을 한후 버스비를 냈다.



어제 먹었던 라멘집에 가봤지만 문이 닫혀있었다. 시간이 이른건지, 장사를 하지 않는 날인지 모르겠으니 근처의 저렴한 초밥집에서 초밥을 주워먹었다. 아사히 맥주 한잔으로 기분을 냈다.





많은 것을 했다. 피곤할만 했다. 그래도 오늘 밤이 아니면 가고시마 중앙역 부근을 갈 일이 없었다. 마지막까지 웰컴큐트패스의 '뽕'을 뽑기위해 덴샤를 타고 가고시마 중앙역을 잠시 들리기로 했다. 

시덴는 빨간색 라인과 파란색 라인으로 나뉘어져있는데 뭣도 모르고 탔다가 이상한 곳에 내렸다. 다시 원래의 지점으로 돌아와 가고시마 중앙역에 도착했다. 하지만 볼게 없었다. 일본의 번화가에 가면 하나씩 꼭 있다는 원형 관람차만을 구경하고 돌아왔다.

어제 읽다가 남겨둔 책을 읽기위해 1층으로 내려가니 사장님께서 기쁘게 반겨주었다.


2018. 0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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