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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기./13~14, 세계일주, 아프리카

케냐 모얄레. #93 사건의 시작.

by 지구별 여행가 2016. 6. 28.

거금 50불을 지불하여 비자를 구매한 뒤 케냐 입국심사대를 빠져나왔다. 이 곳 모얄레부터 나이로비까지는 특별한 여행지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바로 나이로비로 향한다. 우리라고 다를 것은 없었다. 

모얄레 - 나이로비간 버스는 아주 거친 길을 25시간을 달리기 때문에 지옥의 코스로 악명이 높았다. 오늘 하루는 푹 쉬고 내일 아침에 일찍 버스를 타고 나이로비로 향하기로 결정했다. 이 곳에는 대표적인 버스 회사가 3~4개 있는데, 그들끼리 파벌도 존재하고 호객행위도 심했다. 우리 여행의 최대위기는 자칭 모얄레 스타 버스의 직원이라는 미친놈을 만나고 시작되었다.


그는 우리가 입국심사대를 빠져나왔을 때 부터 우리에게 친한척을 하며 따라왔다. 말을 할 때 바로 코 앞에서 이야기를 했는데 그의 입에서 지독할 정도로 술냄새가 진동했다. 별로 믿음도 가지 않았을 뿐 아니라 냄새 때문에 말을 섞기가 싫었다. 괜히 취객하고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었다. 일단 그를 돌려보낸 후 숙소를 먼저 잡기로 했다. 그러나 그는 끝까지 우리 뒤를 따라오고, 가방을 치고, 소리를 질렀다. 결국 일본 아줌마는 그에게 'Get out'이라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냈다. 그는 소리를 지르며 우리 곁을 떠났다.

여기서부터 시작이었다.


마을 안으로 들어가니 우리를 보고 보고 수 많은 사람이 달려들었다. 대부분 버스 회사 직원인 듯 했다. 자신들의 버스회사에서 예약하면 숙소를 공짜로 재워주겠다는 사람들이 나오더니 점점 과잉되기 시작했다. 나야 혹했지만 부부는 이미 숙소를 예약했기 때문에 그 곳에 들러 짐을 풀고 다시 돌아오겠다 이야기했다. 가격은 모두 2000실링으로 같았기에 크게 흥정할 필요도 없을 것 처럼 보였다. 그들을 피해 우리는 부부가 예약할 숙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잠시, 우리 셋의 관계를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나와 홍콩 아저씨는 대화가 불가능했다. 그는 홍콩어만 가능했고, 나는 영어와 한국어만 가능했다. 가운데서 언제나 통역을 해주고 대화를 이어간 것은 영어, 홍콩어, 일본어를 할 줄 아는 그의 와이프였다. 그렇기에 평소 여행을 다니면서도 나와 일본 아줌마만 대화하거나, 홍콩 아저씨와 일본 아줌마만 대화를 하는 상황이 자주 있었다.

그 날, 사건이 벌어지기 전, 우리가 함께 계획한 일정은 나이로비에서 헤어지는 것이었으므로 내일 타고 갈 버스나 나이로비 일정에 대해서 이야기해야만 했다. 즉 나와 아줌마가 붙어서 이야기하고 있었고, 뒤에 홍콩 아저씨가 따라왔다. 


그 순간, '퍽' 하는 소리와 함께 '털썩'하는 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아저씨가 쓰러져있었고 코에서는 붉은 피가 쉴새없이 터져나왔다. 상황파악이 안되었지만 흑인 한명이 우리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들고는 멀리 뛰어가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아줌마가 소리지르며 꺼지라했던 그 취객이었다. 어느정도 상황파악이 되었지만 아무도 우리를 도와주지 않았다. 다들 멀뚱멀뚱 서 있을 뿐이었다. 취객 개새끼가 사라지고 나서야 슬금슬금 현지인들이 다가와 우리를 도와줬다. 


부부가 미리 잡은 숙소는 모얄레에서 가장 좋은 숙소였다. 다행히도 1층에는 진료실이 있었고, 우리는 바로 의사를 만날 수 있었다. 와이프는 그에게 숫자를 세게하고 대화를 시도했다. 또박또박 말을 잘했고 장난치지 말라며 웃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의사도 머리가 찢어졌을 뿐이니 꼬매기만 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 했다. 간단하게 치료를 마치고 나와 일본 아줌마가 홍콩 아저씨를 부축해서 숙소로 들어갔다. 그는 자신이 걸을 수 있다 표현했지만 아직 충격이 몸에 가시지 않은 듯 몸 전체적으로 힘이 없었다. 겨우겨우 부축하여 그를 침대에 눕혔다.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다. 몸이 떨렸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점은 서로 장기여행자라는 사실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아저씨가 회복할 때까지 모얄레에서 함께 지내겠다 말했다. 그녀 역시 언제 타켓이 될지 아무도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며칠간은 아저씨의 몸상태 회복을 최우선으로 하고 식사도 비싸지만 호텔내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밖으로 나가지 않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다.


에디오피아에서 환전한 돈을 나누고, 나 또한 이 곳에 체크인 하기 위해 방을 나서는 순간, 

그의 발작이 시작되었다.


2014. 0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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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8 - [지구별 여행기./세계일주, 아프리카] - 케냐 모얄레. #94 에디오피아로 불법입국, 나에게는 선택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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