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 30 분쯤... 도저히 추워서 눈을 감고 있을 수가 없었다. 이 추운 날 도데체 누가 창문을 열어놓고 가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냥 멍하게 가고 있는데 갑자기 버스가 멈춰섰다. 잘 됐다 싶어 소변이나 보려고 내렸는데, 앞다투어 20여명의 인도인들이 버스에서 내렸다. 앞에는 차 2대가 서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여기서 시간을 한 참 잡아 먹으면 내일 아침에 도착할 수 있었기에 최대한 오래 지연되기를 바랬다. 아마 공사 중인 것 같았다. 기분좋게 소변을 보고 차에 타서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데 버스가 곧 움직이기 시작했다. 점점 사람들이 모여있는 쪽으로 다가가는데, 사람이 죽어있었다. 처참한 사고였다. 살짝 보고 도저히 고개를 그쪽 방향으로 둘 수 없었다. 다행히 동생은 아직 잠들어 있었다.
위험한 운전습관을 가지고 있는 인도인들인데 사고가 안나는 것이 신기한 것이었다. 버스는 내린 사람들에게 빨리 타라며 크락션을 울렸지만 몇몇의 사람들만 탔을 뿐 나머지는 사고 현장에 그대로 남아있었다. 참으로 대단한 오지랖이다.
충격적인 상황을 본 후, 언제나 나에게도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걱정에 잠이 더욱 오지 않았다. 멍한 상태로 3시간을 보낸 후에야 자이살메르에 도착했다.
새벽 4시. 할게 없다. 오늘 낮에 쿠리행 버스를 타고 이동할 예정이었기에 숙소에 짐을 풀 생각도 없었다.
외국인은 총 3팀이었으나, 가족팀은 호텔을 미리 잡아놨는지 릭샤를 타고 바로 이동했다. 당당하게 커플에게 호텔을 예약했는지 물어보니 하지 않았단다. 속으로 함께 긴 밤을 보낼 사람을 만나 다행이라 생각하며 함께 밤을 새기로 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들도 쿠리로 간다 했다.
우리는 일단 쉴 곳이 필요했다. 버스터미널 근처를 돌아다녀보니 ATM기가 있었기에 안으로 들어갔다. 꽤나 바람을 막아주었고, 나름 아늑했다. 잘 안되는 영어로 열심히 물어보니, 그들은 캐나다 사람이었다.
'너무 추워서 잠을 한 숨도 못잤다. 도대체 어떤 미친놈이 창문을 열어놨는지...' 화를 내니,
'우리쪽 창문이 부서져서 없었다'라 했다.
이 캐나다 애들은 얼마나 추웠을까...
ATM기에서 꾸벅꾸벅 조는데 경찰이 들어오더니 다들 밖으로 나가라 했다. 쫒겨나서 인도 사람들 20명과 함께 모닥불 앞에서 몸을 녹이며 날밤을 지새웠다. 아침에 해가 뜬 후 아침식사를 위해 거리를 돌아다녔다.
그들은 꼭 샌드위치를 먹어야겠다며 문이 열려있는 현지 레스토랑들을 하나 둘씩 지나쳐갔고, 어디인지 모르는 지점까지 돌아다니면서 2시간을 소비했다. 겨우겨우 그들의 마음에 드는 레스토랑에 들어가 주문을 하는데, 감자 파란타를 시켰다.
하... 그 흔하디 흔한 감자 파란타를 먹으러 2시간이나 레스토랑을 찾아 헤매다니...
함께 식사를 마친 후 같이 쿠리로 가는 버스를 수배했다. 레스토랑에서 그다지 멀지 않았기에 그들은 버스를 찾아서 바로 쿠리로 향했고, 나와 동생은 오후 시간표만 체크한 후 자이살메르 내의 한국 거점 숙소인 타이타닉으로 향했다.
타이타닉 안에는 역시나 한국인이 많았다. 아니 '다' 한국인이었다. 모든 게스트하우스 직원들도 한국말을 할 줄 알았다. 이 곳에서 조드푸르에서 만난 영호를 다시 만나고, 은유누나도 만났다.
영호와 은유누나도 우리와 함께 쿠리행을 약속했다. 또한 영호가 기차에서 만났다는 여자 3명, 나와 만나기로 한 일행 4명까지 하면 총 11명의 대규모 사막 투어 파티가 모집되었다. 쿠리행 버스스탠드로 일단 향했다.
1시 반쯤 버스가 제 시간에 도착했고, 그 때에 맞춰 영호가 만났던 다솔, 설화, 수아가 우리의 일행이 되었다.
50Km의 짧은 거리는 더 이상 나에게 힘든 길이 아니었다. 인도사람들이 우리를 빤히 쳐다봤지만 아무렇지 않았다. 착한 인도인이 나에게 자리를 양보해줘서 꿈뻑꿈뻑 한 숨 조니, 쿠리에 도착했다.
버스 정류 시간에 맞춰 게스트하우스 주인들이 나와있는 것 같았다. 딱 2명만 나와있었는데 한명은 Arjun Family, 한 명은 Sheetal 게스트하우스였다. 나는 그들에게 우리의 일행은 총 11명이라 이야기했다. 빠르게 주도권을 갖고 오기 위함이었다. 당연히, 둘은 난리가 났다.
대한민국이 괜히 동방예의지국이겠나. 딱 봐도 Arjun 게스트하우스 주인이 나이가 많아 보였다. 그가 먼저 제시를 하였고, 그 다음 Sheetal 쪽 입장도 들어보니 둘다 말을 맞춘 듯 가격이 똑같았다. 그러나 11명이면 경쟁은 무조건 붙게 되어 있다.
일단 나이가 많아 보이는 Arjun게스트하우스로 향했다. Sheetal이 삐진척 하며 강하게 어필했지만 관심이 없었다.
숙소는 나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상당한 금액을 깍았다. 두 숙소 모두 거기서 거기였기에, 처음 방문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시간이 많이 남았기에 마을 구경을 하러 밖으로 나갔다. 나가자 마자 조그마한 마을 회관에서 결혼식이 진행중이었다. 1시간 정도 구경하는 중에 외부 진행 식은 끝났는지 손님들과 신랑 신부가 건물안으로 들어갔다. 주변 사람들한테 나도 들어가고 싶다 이야기했지만 허락해주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마을을 배회하다 슬슬 해가 지기 시작하여 숙소로 돌아왔다. 그 사이 일심누나네가 와 있었다. 어떻게 알고 왔는지 물어보니 느낌이 여기일 것 같았단다. 그녀들은 2명의 일행을 더 데리고 와서 우리는 총 13명이 되었다.
Arjun이 해준 저녁식사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모닥불을 펴서 캠프파이어를 했다. 11시까지 옹기종기 모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내일의 일정을 위해 타오르는 모닥불을 뒤로 남겨둔채 각자의 방으로 흩어졌다.
2/8
짜이 - 14루피
밥 - 90루피
쿠리행 버스 - 60루피
물 - 23루피
치킨, 맥주 - 550루피
합계 : 737루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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