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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기./13~14, 세계일주, 아프리카

에디오피아 진카. #89 결국 투르미는 갈 수 없구나.

by 지구별 여행가 2016. 3. 27.

어제 분명 버스정류장 직원이 투르미행 버스가 아침 6시에 있다 했지만 역시나 버스는 오지 않았다. 버스터미널에 외국인은 어제 만난 일본인, 홍콩인부부와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서양청년, 나를 포함해 총 4명뿐이었다. 모두 투르미를 가는 사람들이었지만 무작정 버스를 기다려야만 했다.

여행자들을 제외한 현지인들의 대부분은 케이아파르로 갔다. 케이아파르 역시 장날이었기에 그 곳으로 가도 되지만 투르미 시장이 더 매력적이기에 일단 버스를 기다리기로 했다.





8시. 버스가 아직도 오지 않았다. 현지인들은 많이 줄었다. 버스표를 판매하는 직원에게 투르미 버스에 대해서 물어보니 갑자기 말을 바꿨다. 오늘 투르미행 버스는 없단다.

버스가 없어지다니. 우리 모두 어이가 없었다. 이야기가 시시각각 달라져서 이 말도 믿어야되나 말아야되나 싶었다. 서양청년은 버스를 기다리기로 했고 나는 히치하이킹을 시도했지만 쉽지 않았다. 일단 차의 통행이 거의 없을 뿐 아니라 가끔 지나가는 트럭은 공사용 차량으로 진카를 벗어나지 않는단다.

1시간여동안 히치하이킹을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서양청년은 일단 케이아파르로 간다며 먼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케이아파르로 갔다가 투르미로 향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걸릴 것 같았다. 깔끔하게 포기하고 내일 디메카를 가는 것으로 계획했다.


이미 짐을 싸고 숙소 체크아웃을 한 상태였기에 기존의 묵었던 숙소보다 조금 저렴한 곳을 찾기 위해 시장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 안에서 영어 연습을 하고 싶다는 호객꾼을 다시 만났다. 이번에는 엄지를 들고 자신을 믿고 따라오라며 숙소를 소개시켜주었는데 가격이 저렴할 뿐 아니라 퀄리티도 좋았다. 진작에 이 곳으로 소개를 시켜주던가...



부부와 함께 점심식사를 하고 근처에 박물관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박물관 근처에 있는 산에 더 매력을 느꼈기에 박물관까지는 함께 이동을 했다. 약 12시 반쯤 박물관에 도착했는데 오후 2시에 연단다. 부부 모두 1시간 반을 이 앞에서 기다릴 수는 없었기에 나와 함께 등산을 시작했다. 




(박물관인지 아닌지 정확히 모르겠음)



한참을 산길을 올라가는데 삼국지의 복병전술처럼 산에서 2명의 사람이 툭 튀어나왔다.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다. 당연히 강도라 생각했고 내 인생 이 곳에서 하직하는 것인가 싶었다. 

터벅터벅 다가왔다. 

'hi'란다.

난 그때까지도 이들을 강도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나를 놀리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강도는 아니었다. 자신들을 아리마을 사람들이라며 아리마을을 갈 것이면 자신들과 동행을 해야한다 했다. 물론 가이드비까지도 줘야한단다. 심장을 쓸어내렸다. 아리마을은 처음 들어봤기 때문에 그 곳에 관심없다 이야기하니 순순히 길을 비켜줬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마을이 나왔다. 사람들도 착하고 아이들도 순수했다. 

산은 그리 높지 않았는데 길이 꼬불꼬불해서 한참을 돌아가야했다. 나무를 하나 꺾어 길을 개척하면서 정상을 향해 올랐다. 내가 미친 듯이 산을 올라가니 부부는 조금 겁이 났는지 이 곳에서 자신들은 다시 박물관에 가보겠다며 산을 내려갔다. 나는 당연히 산의 정상을 향해 올라갔다.






(산의 정상과 그 옆에 있던 집 한채)


산의 정상은 내 생각과 달랐다. 나무가 마을의 전경을 가려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바로 하산을 시작했다. 그러나 길을 잃었다. 산에서 길을 잃은 것이라 조금 걱정은 됐지만 금방 흙길을 발견하여 뭐로 가도 진카는 나오겠지란 생각에 그냥 걸었다. 

올라올 때와는 다른 지역이었지만 그 곳에도 한 무리의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내 오지랖 정신을 발휘해 이곳 저곳 기웃거리다 몇몇의 청년들을 만났다. 깡통에 우유같은 것을 마시고 있었는데 나에게 한잔 권했다. 솔직히 조금 불안했지만 맛이 너무 궁금하게 생긴 액체였다. 아주 살짝 맛을 봤다. 




한입 먹자마자 괜히 먹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 맛으로 이걸 먹나 싶을 정도로 맛이 없었다. 인터넷으로 조사를 해보니 무슨 가축의 젖을 발효시켜서 만든 술이였다. 속이 탈날까 걱정이 되서 그리 많이 먹지는 않았다. 한참을 길을 따라 움직이면서 아이들을 많이 만나서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어찌됐든 길은 나오겠지 하며 계속 걸어가니 역시... 진카가 나왔다.


물을 사기위해 구멍가게를 들렀는데 다짜고짜 가게 주인이 사진을 한장 찍어달라했다. 오랜만에 먼저 사진을 찍어달라는 사람을 만났기에 기분 좋게 찍어주니 돈을 달란다. 주변 꼬마아이들도 돈 달라는 말을 안하는데 40은 되어보이는 아줌마가 구걸이다. 애들 앞인데 창피하지도 않나. 아이들이 그랬으면 이해를 했겠지만 성인이 돈을 달라 한 것은 처음이었다. 옆에 있던 남자가 자신도 무안했는지 나에게 그냥 가라고 이야기했다.



숙소로 돌아와 부부를 다시 만나 저녁식사를 함께 먹었다. 내일 버스터미널에서 만나 함께 디메카를 가기로 약속하고 일정을 마무리했다.


2014. 0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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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03 - [지구별 여행기./세계일주, 아프리카] - 세계일주 사진. #21 에디오피아 진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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