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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기./13~14, 세계일주, 중동

터키 페티예. #64 남의 가게까지 와서 흥정을 하다니.

by 지구별 여행가 2016. 1. 12.

일기예보는 정확했다. 아침부터 안탈리아에 폭우가 내렸다. 우비로 단단히 무장을 하고 길을 나섰지만 얼마나 많은 비가 왔는지 바지가 다 젖어버렸다.



버스를 타고 페티예로 넘어오니 날씨가 아주 깨끗했다. 

페티예는 페러글라이딩이 유명한 곳이기에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페러글라이딩 호객꾼들이 다가왔다. 그 중 집요하게 페러글라이딩 예약을 강요하는 아저씨가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내일 파묵칼레로 향하는 버스표를 구매하는게 우선이었다.

메트로라는 버스 회사에 들어가 30리라에 버스 티켓을 구매하려는데 이 아저씨가 메트로 버스회사 안으로 들어와 20리라에 버스표를 팔겠다 이야기했다. 

깡이 좋은 아저씨라 생각했다. 남의 영업장까지 와서 흥정을 하다니. 이거 또 대판 싸움이 나겠구나했지만 예상외로 메트로 직원들은 그저 멀뚱멀뚱 쳐다만 볼 뿐이었다. 내가 정말 20리라냐 물어보니 그렇단다. 별 수 있나, 저렴한거 사야지.

버스표를 구매하면서 그는 페러글라이딩도 싸게 해주겠단다. 얼마나 가능하냐 물어보니 처음에 100리라를 제시하기에 80리라를 제시하여 결국 90리라에 합의를 봤다.


혹시나 안타리아의 폭우가 페티예로 넘어올까 걱정이 되어 비가 오면 취소가 가능한지 물어보니, 그는 그럼 내일 페러를 하고 돌아와서 돈을 지불하라했다. 뭔가 사기꾼의 냄새가 났지만 일단 돈을 내지 않아도 되니 이 곳에서 페러글라이딩을 예약했다. 

그는 숙소까지 추천해줬는데 누나들이 이미 묵고 있는 숙소와 같은 숙소였다. 그 곳으로 당연히 갈 예정이었지만 페러를 깍아줬으니 우리도 양보한다는 뉘앙스로 그가 추천해 준 숙소로 가겠다 말했다. 얼굴은 조금 나쁘게 생겼지만 안전하게 차를 타고 가라며 무료 픽업차도 불러주었다.




누나들과 만난 후 나는 필요한 것들을 사기 위해 하사 누나와 길을 나섰다. 그녀는 군생활을 오래 한 탓인지 성격이 털털하고 남자들과 이야기하는데 아주 편하게 대해주었다. 나는 필요한 물만 샀고 그녀는 과자와 음료수 등 잡다한 주전부리를 구매했다. 

숙소에 아프리카 론리 플래닛이 구비되어 있었기에 그 책을 보며 아프리카 여행 루트를 짜는 동안 저녁식사 시간이 되었다.

우리는 이 근처에 피쉬마켓을 가기로 했다. 누나들은 내가 돈을 잘 쓰지 않는 걸 알기에 아주 조심스럽게 한끼에 30리라를 낼 수 있는지 물어봤다. 그런 질문이 나오게 만든 것 자체가 좀 미안했다. 그녀들에게 50리라도 낼 수 있다 소리치니 웃으며 오바하지 말란다.


피쉬마켓에서 우리는 큰 생선 두마리와 새우, 오징어, 조개등을 샀다. 일행 모두들 내가 흥정의 고수라 생각하고 나를 앞세웟지만 사실 나는 흥정을 잘 하지 못한다. 그냥 가격이 맞지 않으면 구매하지 않았다. 너무나 단호하고 일말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 눈빛이기에 상인들과 흥정이 되는 것 뿐이었다. 

그러나 이 곳은 팔아도 그만 안팔아도 그만이기에 내 단호함이 먹히지 않았다. 결국 누나들이 나서서 흥정을 했다.


피쉬마켓은 식당으로 둘러싸여 있다. 가운데 생선가게에서 해산물을 구매한 뒤 마음에 드는 식당에 가져다 주면 각종 요리를 해다준다. 식당가격은 한 사람당 6리라로 그 안에는 빵과 샐래드가 포함되어 있었다. 물론 술값도 따로 받는다. 우리는 누나들이 어제 먹었다는 식당에 가서 자리를 잡았다. 




간단히 에페스를 마시며 오랜만에 신선한 해산물을 즐겼다. 꽤나 많이 산 듯 했지만 입이 많다보니 생각보다 금방 음식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싱싱한 해산물은 언제나 맛을 보장했다.

기분 좋게 저녁을 먹고 숙소에서 술을 한 잔 더하기로 했다. 돌아오는 길 근처 마트에서 보드카 두병과 맥주를 샀다. 숙소 안에서 술을 먹다보니 한명씩 한명씩 사람들이 모였다. 

터키에 처음 방문한 커플은 처음 사람들과 어울려 놀아본다며 오늘 너무 즐겁기에 자신들이 아껴 놓은 소주팩 7개를 꺼냈고 혼자 터키에 왔다는 남자는 근처 마트로 달려가 맥주 5캔을 더 사왔다. 


중간중간 나가서 맥주를 계속 더 사왔으니 술을 얼마나 먹었는지 셀 수도 없었다. 새벽 1시까지 이야기 꽃을 피우다 모두 만취가 되어 잠자리에 들었다.


2014. 0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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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13 - [여행/세계일주, 중동] - 터키 페티예. #65 처음 날아본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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